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해외여행의 경험을 되새겨 보면, 그런 짧은 순간의 작은 친절과 거리에서 만난 낯선 이의 미소가 한 나라의 이미지 전체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공항의 약 3만 5000명 직원 모두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가 잘못하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경직된 표정은 경직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해외출장 시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만나는 서양인들이 서로 편안하게 간단한 인사말 정도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해외에서 마주치는 동양인들 간에는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조금 전까지 이방인을 환대하던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게는 어색하게 인사말을 읊조리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외래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위한 다양한 관광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원 제도 및 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고 이들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관광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의 한 축을 이루려면 손님을 환대할 국민적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라의 국민은 관광객 한 명 한 명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를 안겨주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우 친절하다. 카메라를 들고 서서 관광지를 배경으로 두고 두리번거리면 서슴없이 다가와 “사진 찍어 드릴까요?”하며 먼저 묻는다. 멋진 풍광에 기분 좋고, 정이 묻어나는 따뜻한 인심 때문에 귀국해서도 그 나라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외래관광객을 단순히 지나가는 ‘뜨내기손님’ 정도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돌아가서 우리를 평가한다. 그들은 우리의 손님이자,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92만명에 달하는 외국인의 가족이고 친구들이다. 그리고 ‘언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미소’와 ‘정’을 아낌없이 퍼주기를 주저하지 말자. 언제 어디서나 1588-5644로 전화하면 3600명에 달하는 외국어 통역자원봉사자가 무료로 그 장벽을 무너뜨려 줄 것이다.
2011-05-16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