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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위기의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체제/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기의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체제/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입력 2012-05-04 00:00
업데이트 201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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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 공산당은 어디로 갈까. 보시라이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은 쉽사리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은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 중앙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보시라이 부인의 영국인 사업가 살인혐의 외에도 당 지도부 통화내역 감청, 부정부패로 축적한 1조 2000억원 규모 재산의 해외 은닉, 쿠데타 시도설, 100명의 여성과 염문설 등등. 4월 30일 관영 신화사는 보도를 통해 보시라이 스캔들 관련 외신 보도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은 외신보도를 더 신뢰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보시라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은 외신이 먼저 터뜨리고, 얼마 후에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양상이었다. 중국 정부의 정보통제력은 상실되었고, 중국 공산당은 국내외적으로 조롱거리가 되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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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사실 중국 최고지도부의 부패혐의 숙청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장쩌민 시대에는 천시퉁 베이징시 당서기와 양바이빙 중앙군사위 비서가 숙청되었고, 후진타오 시기에는 천량위 상하이시 당서기가 숙청되었다. 이들 역시 정치적 비중에서 보시라이에 뒤지지 않는 거물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시라이 사건은 그때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왕리쥔이 미국 영사관에 대량의 내부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보시라이가 ‘충칭 모델’이라는 친서민 정책을 통해 대중적 스타 정치인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으로서는 보시라이의 신병처리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요구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이미 알려진 범죄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보시라이는 사형이 불가피한데, 그럴 경우 그의 대중적 인기 때문에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1989년 톈안먼 사건도 개혁적 지도자인 후야오방의 무리한 숙청이 발단이 되었다. 중국 사회에 누적된 다양한 불안 요인이 일거에 중앙정치에 대한 대중적 불만으로 폭발하는 사태가 최악의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고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시기도 놓쳤고, 정보 통제도 안 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보시라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상당 정도 확보한 미국의 물밑 협조 여부가 사태해결의 관건일 수도 있다. 내부문제 해결에 미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은 중국의 위신과 국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보시라이 사건의 마무리 과정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일각에서는 가을에 열릴 18차 당대회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가을에 출범하는 시진핑 체제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이다. 민심을 달래고 정치적 동요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가 나올 수 있지만, 역시 근본적인 해법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치체제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15일 전국인민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보시라이 문책을 시사하면서 강조했던 것도 바로 정치개혁의 중요성이었다. 보시라이 사건을 정치개혁 추진의 동력으로 삼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시진핑 체제의 통치 정당성은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시진핑 체제가 그 정도 수준의 정치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개혁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 지도부가 제시한 정치개혁의 방향은 서구식 다원주의와 극좌적 회귀를 배격한다는 원칙하에 ‘중국식 사회주의 민주’를 실현한다는 것인데, 그 알맹이가 공허하기 그지없다. 일반적인 관측으로는 시진핑 집권 3년차 정도에 정치개혁 의제를 당의 공식방침으로 제기하고, 집권 2기에 본격적인 정치개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 공산당이 처한 급박한 위기상황을 이런 일정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올가을 출범하는 시진핑 체제는 시작부터 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험난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2-05-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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