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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설 명절에 지방을 돌아보다/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지방시대] 설 명절에 지방을 돌아보다/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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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이제 설 명절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새로 시작되는 우리의 일상에는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 최대의 이 명절은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정월 대보름을 중심으로 하여 거의 한 달 동안 새해를 위한 기원과 축제의 날로 채워졌음을 생각할 때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이 명절은 전 국민이 마음을 함께 모으는 민족문화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본다. 이날을 위해 전국에서 수천만명의 인구가 대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이동하여 서로 만나니 결과적으로 전 국민이 함께하는 행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만남에는 깊은 정과 사랑이 담겨 있음을 우리는 귀성 인파들의 그윽한 표정과 차림새, 그리고 양손 가득 안은 선물꾸러미에서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설 명절에 담겨 있는 거대한 힘을 확인한다. 말하자면, 수천만 국민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그 본질은 우리 민족 1000년의 역사 속에 숙성된 ‘사랑과 나눔’의 정신에서 형성된 유장한 힘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는 바로 혈연과 가족공동체에서 출발한다. 첫해를 시작하는 설 명절은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다. 멀고 험한 길을 마다하고 고향을 찾는 이유다.

설 전날 필자는 광주시 두암동에 있는 말바우시장에 갔다. 설 명절이 이웃공동체에 빚어 내는 맛과 향에 젖어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전통시장이어서 비좁은 골목길에 몸을 비비며 통과해야 할 정도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고 웃음이 스며 있었다. 할매골목의 옛날팥죽집에서 2500원짜리 팥죽 한 그릇을 시켜 먹는데, 그야말로 시골 냄새가 물씬 밀려들었다. 낙지, 문어, 보성 참꼬막, 피꼬막 등의 해산물에다 일흔 살 할머니들이 골목길에 앉아 팔고 있는 불미나리, 제비쑥, 토란, 더덕, 도라지, 엿기름 등은 우리 공동체의 진실인 것이다. 골목시장에서 대대로 즐겨 온 농수산물을 대하니 정겨움이 더하다.

우리들 삶의 고향이 이러한데, 다시 대도시의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 있다. 이 순간에 우리는 뒤에 남겨두고 온, 정겹지만 황폐화된 지방의 현실을 더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향수 어린 지방의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구와 자원 및 자본 그리고 문화시설의 수도권 집중이 과도하게 진행됨으로써 지방은 인구의 노령화, 생산기반의 취약화, 생활문화의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사회의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조화로운 국가사회 전체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지방분권운동, 지방자치운동이 올해엔 더욱 빛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방을 되살려야 진정한 국민 통합과 화합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설 명절이 온 국민의 마음속에 고향(지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13-02-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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