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빚 늘고 늙을수록 연체 심해

가난할수록 빚 늘고 늙을수록 연체 심해

입력 2012-04-19 00:00
수정 2012-04-19 13: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해 가계부채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가 시작되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가계신용기준)은 912조9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도보다 7.8% 늘어난 것이다.

신규차입자가 늘어 우리나라 국민 중 34.7%가 가계부채를 진 것으로 파악됐다. 1인당 가계대출규모 역시 전년도 4천200만원에서 4천4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비은행권이 가계부채의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당국의 규제로 5.7%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은행권의 증가율은 두 배인 11.6%로 전년도 12.7%에 이어 고공비행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비은행권 비중은 39.6%로 2010년보다 1.3% 상승했다.

◇저소득층 생계형 대출 급증…소비부진으로 실물경제 위협

지난해 가계대출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가 더 많이 증가했다.

2011년 중 신규 취급된 전체 가계대출 중 연소득 2천만원 이하 계층과 2천만원 이상~3천만원 이하 계층의 비중은 분기마다 늘어났다. 연소득 3천만원 이상~6천만원 이하 계층과 6천만원 이상 계층의 대출 비중은 계속 줄었다.

가계 소득이 양극화하며 저소득층이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대출을 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소득 분위별 가계수지를 보면 고소득 계층(4~5분위)의 흑자폭은 2010년보다 늘어났지만 저소득 계층(1~2분위)은 전년도보다 3% 안팎으로 적자를 봤다.

가계부채가 늘어났지만 부채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며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은 계속 저하되고 있다.

지난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35.5%로 2010년 131.7%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액으로 나눈 원리금상환부담률 역시 12.9%로 같은 기간 1.5%포인트 커졌다. 원리금상환부담률이 40%가 넘는 과대채무가구 비중도 3.1%포인트 늘어났다.

한은은 “은행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이 아직 낮은 수준이고 전체 부채중 고소득층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아직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들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커지고 이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빚도 늘고 주름살도 늘고…총 가계부채 46%가 50세 이상 고연령층

지난해 가계대출 양상의 또 다른 특징은 고연령층의 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 올라 2011년 말 현재 46.4%에 달한다. 2003년 33.2%와 비교하면 13.2%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구가 8% 늘어난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노령인구보다 노령인구의 빚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고연령층의 가계부채는 은행보다 비은행권에서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50대 이상 비중은 2003년 30.5%에서 지난해 42.2%로 늘어났으나 비은행권에서는 38.4%에서 53.2%로 훌쩍 뛰었다.

한은은 고연령층의 가계부채 급증 이유로 부동산 시장의 부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등을 들었다.

이들 연령층이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수도권 고가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주택시장이 어려워지자 대출금 상환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 기간에 고가주택담보대출의 53.5%를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차지했다.

또 1955~1963년생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8년 47.1%에서 2011년 53.9%로 높아졌다. 은행에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매 이외 목적 대출도 50세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연령층은 분할상환대출보다 이자만 내는 일시상환대출을 선호해 대출원금 상환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한은은 “소득창출능력이 취약한 고연령층의 가게부채 증가는 앞으로 부실위험 및 주택시장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연령 대출자일수록 소득대비 대출비율ㆍ저신용자 대출비중이 저연령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6년까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에서도 50세 이상의 원리금상환부담률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구고령화로 고가대형주택의 수요가 감소하는 상항에서 고연령층이 대출자금 상환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면 집값이 하락 압력을 받아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