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계대출 받기 힘들어진다…심사 엄격·대출 증가율 축소

내년 가계대출 받기 힘들어진다…심사 엄격·대출 증가율 축소

입력 2016-12-29 17:19
수정 2016-12-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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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가계 빚 폭발 직전 자산 확대서 ‘리스크 관리’로 전환

내년부터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낮춰잡았고, 상호금융권에도 소득심사가 강화된 여심심사가이드라인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가계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당국으로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갑자기 대출을 조이면 빚에 연명해 생활하는 한계가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둔 은행권…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6%대

내년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율은 한 자릿수대에 머물 전망이다. 은행들은 내년 가계부채를 6%대로 늘리겠다는 자체 계획을 수립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열린 출입기자단 금융포럼에서 “2017년은 우리 경제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도모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양적 규모의 점진적 조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가계부채는 1천30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국민 1인당 2천500만원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셈이다.

은행권은 순이자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 증가를 통해 어느 정도 이자이익을 방어할 수 있었다. 올해 3분기에는 3조2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4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가 이미 가계부채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 국내 주요 은행들이 자산 증가보다는 ‘리스크관리’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장들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다중채무자에 대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비용절감과 인력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 꾸준한 관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제시했던 3.0%에서 2.6%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 상호금융까지 깐깐해지는 주택대출

상호금융권도 주택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다. 농·수·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도 내년 3월 13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상환능력을 확인하는 소득 증빙이 대폭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대출은 분할상환을 해야 한다.

상호금융 주요 대출자인 농·축·임·어민 등은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원천징수영수증 등 객관성이 높은 소득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우면 공공기관이 발급한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농업·축산업·임업·수산업 관련 소득추정자료 등의 인정소득으로 소득을 입증해야 한다.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 사용액이나 매출액·임대소득, 소득 예측 모형에 의한 추정소득, 최저생계비 등도 소득을 증빙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신규 주택 구입용 대출이거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3천만원을 초과하는 대출은 매년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처음부터 나눠서 갚아야 한다.

상호금융의 가이드라인은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1천억원 이상 조합·새마을금고는 내년 3월 13일부터, 1천억원 미만은 내부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한다.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내년 1월 1일 이후 입주자모집 공고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신규 대출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각 중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이드라인 적용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셀프 상담코너’를 운영할 계획이다.

◇ 빚에 의지하는 한계가구는 어쩌나

가계부채가 1천300조원을 돌파하면서 한계가구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권이 대출을 급격히 조이면 직격탄을 맞을 이들이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한계가구는 지난 2012년 12.3%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4.8%까지 늘었다.

한국은행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작년을 기준으로 소득 5분위 가운데 1분위는 22.9%, 2분위는 18.5%가 한계가구로 내몰렸다.

이런 한계가구는 2015년을 기준으로 총 금융부채의 29.3%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한계가구 등이 실물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으려 해도 주택시장마저 침체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아파트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어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내년 공급 물량 확대와 수요여건 악화로 주택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모두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급초과 우려 속에 주택가격마저 하락하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KDI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5% 하락할 때 향후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는 10.2%까지 상승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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