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부메랑/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메랑/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2-04-07 00:00
수정 201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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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오는 부메랑(boomerang)은 편평하고 활 모양에 가까운 나무로 된 투척 기구를 말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부메랑은 폴란드 남부의 카르파티아 산맥의 동굴에서 발견된 것이다. 기원전 1만 80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를 던지는 관습은 신석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북아프리카의 암석화에도 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파라오들이 새를 사냥할 때 곡선형의 특수한 막대기를 사용했다. 나무를 던져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은 이집트에서 시작돼 북부 아프리카와 대서양으로 퍼져 나갔다는 설이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과 인도에서도 부메랑을 사용했다.

보통 부메랑 하면 호주 원주민들을 떠올리게 된다. 호주 원주민들은 새나 작은 짐승의 사냥, 전투·놀이 등에 부메랑을 사용했다. 근래 호주 원주민들이 사용한 부메랑은 길이가 30~80㎝ 정도이며, 양 끝이 70∼120도 벌어진 나뭇조각이다. 단면은 밑이 편평하고 위쪽은 불룩한 반원형이다. 표적물에 명중되지 않으면 원을 그리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과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다. 가볍고 되돌아오는 것은 사냥용이며, 무겁고 되돌아오지 않는 것은 전투용 무기라고 한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하거나 자본을 투자해 생산한 물품이 현지의 수요를 웃돌아 도리어 선진국으로 역수출돼 해당 산업과 경쟁하는 것을 경제용어로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 국내 대표적인 팟캐스트(pod cast)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진행자였던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가 부메랑을 맞았다. 지난해 4월 나꼼수 멤버로 합류한 그는 거침없는 말로 유명해졌고, 이에 힘입어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 후보가 됐다. 하지만 2004~2005년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 21 ‘김구라·한이의 플러스 18’ 코너에서 했던 성적 막말과 폭력적인 말이 독이 돼 돌아왔다.

김용민 후보의 과거 영상과 말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와 가까운 방송인 김구라씨 때문이라고 한다. 노원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의 참모는 김구라씨가 김용민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보고, 인터넷에서 김용민 후보의 과거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김구라씨야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김용민 후보와 거친 말을 주고받았던 게 알려진 김구라씨에게도 혹시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김용민 후보의 막말은 며칠 남지 않은 총선의 중요 변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2-04-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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