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군사전문가
한 예비역 장성은 언론 기고를 통해 “군은 자신을 수양하는 단절과 고독의 공간”이라며 병사들에게 휴대전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더 나아가 “간부들도 병사들 보는 앞에서 휴대전화 사용하지 말라”며 오히려 휴대전화를 더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것이 예전의 군대를 떠올리는 예비역과 국민들의 정서로 보인다. 군인에게 자유를 주면 공동체의 기본권이 무너진다는 통제 만능의 과거 군대 잔상들이다.
그런데 현역들은 이런 예비역들의 시각에 반대한다. 필자가 만난 사단장들은 병사들이 범죄와 도박, 게임 중독, 보안 누설과 같은 휴대전화의 부정적 측면에 휘둘릴 만큼 취약하지 않다고 말한다. 극히 드물게 디지털 범죄에 병사가 연루됐다는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휴대전화 사용의 이점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금의 부대 관리 본질은 통제가 아니라 자율을 기본으로 한 책임 집단을 만드는 데 있다. 한 사단장은 “최근 휴대전화를 통해 부대원들의 제보, 건의, 고충처리 상담을 200여건 이상 처리했다”고 밝혔다. 요즘 청년은 문제를 직설적으로 제기하고 즉각적인 답변을 원하는 세대다. 휴대전화가 지휘관이나 병사에게도 필수품이 된 이유는 빠르고 진솔한 소통의 요구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한 병사는 “처음에는 어떻게 적응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중대원들끼리 소통방에서 병영 공동체의 문제를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한다. 부대원들의 정서적 거리가 더 좁혀지고 세대적 특성을 공유하는 부대원 공동체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비대면 관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의 역할은 더욱 확대돼 이제는 모든 일과 시간 중 휴대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긍정적 효과가 아니더라도 군인에게 통신 권리 제한 같은 차별을 지속하는 것은 정당성이 결여된 기본권 침해다.
지금은 휴대전화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수준에서 머무를 때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군은 모바일 기반의 부대 관리와 전투 발전을 상상할 때다. 군의 교육훈련이나 의사결정에서 메타버스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 가뜩이나 훈련장이 부족한데 가상현실 속에서 핵심 장비 운용 훈련 도모 기법을 도입하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다. 군의 위성통신 인프라가 확산되고, 무선 인터넷(Wi-Fi)을 넘어 광자통신(Li-Fi)을 적용하면 지금의 5G 용량보다 10배가 넘는 대용량 군 통신을 보안에 대한 걱정 없이 군 장병에게 제공할 수 있다. 사적으로 휴대전화 외에 군에서 지원하게 될 모바일 전투 기능 기기들은 소총만큼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은 미사일과 폭탄을 운반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운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지금은 움직이는 표적을 획득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새로운 전쟁의 차원이 열리고 있다. 시간 지체가 없이 무제한의 데이터 사용을 보장하는 군 통신체계는 우리 군의 지휘통제에 혁명을 일으키고, 똑똑하고 빠른 군대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앞으로는 전투원 개개인에게 휴대기기와 전투 지원 애플리케이션이 없으면 부대가 마비되는 시대가 온다. 선진국 군대는 이미 그런 전환에 착수한 지 오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가진 한국군 병사들이야말로 새로운 전쟁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자 창의성의 보고다. 그들은 이미 입대 전에 하루 평균 4시간을 휴대전화와 함께 생활했다. 정보화와 지능화된 공간의 감수성이 뛰어난 이 세대에 연결의 권리를 보장해 주면 그만큼 활기차고 창의적인 국방공동체가 탄생한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에 예전의 군대에 대한 집착으로 변화를 주저하는 군대에는 미래가 없다.
2021-12-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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