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객실 한가운데로 나무가 뻗어 올라가고 사방으로 난 여러 개의 창문과 통유리 천장을 통해 자연을 생생히 접할 수 있었다. 낮에는 푸릇푸릇한 녹색 이파리들에 파묻히고, 밤에는 무수한 별자리들이 온몸으로 쏟아질 듯했다. 나무와 나무로 연결된 다리도 이색적이었다. 하루 머물렀을 뿐인데 한껏 들이마신 피톤치드 덕분인지 마음이 상쾌했다.
인상적인 것은 머무는 동안 눈의 피로가 사라진 점이다.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볼 수 있는 색이 한정돼 있는데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전자 장비를 일상적으로 접하기 때문에 다양한 색을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특히 녹색은 가시광선의 정중앙에 있어 눈으로 보기에 가장 편안한 색이다. 숲이 좋은 이유다. 이왕이면 자연에서 갖가지 색을 접하고, 먼 곳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면 심신 안정에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울창한 숲속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노원구는 서울에서 드물게 수락산과 불암산, 초안산과 영축산 등 4개의 산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을 활용하기로 했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녹일 휴식의 장소,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제대로 호흡할 수 있는 서울 최초의 도심형 자연 휴양림을 2022년 말까지 조성한다.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인근 동막골에 내년 1월 착공 예정인 수락산 휴양림은 64만㎡ 규모로 총 28개 객실과 카페테리아, 도서관 등을 갖춘다. 객실 천장과 벽면 일부도 투명유리로 설치해 낮에는 자연채광과 더불어 주변의 녹색의 풍광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침실과 거실에 누워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저녁 무렵 풀벌레 소리에 스르르 잠들고 이른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는,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되는 숲속의 집이 바로 수락산 자연 휴양림이다.
2020-11-02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