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기특한 배추

[길섶에서] 기특한 배추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24-10-14 04:15
수정 2024-10-14 04:1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올겨울 김장김치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수년째 작은언니네가 김장을 도맡아 왔는데 이번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배추는 매년 전남 장성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에 남아난 배추가 없다고 한다.

대관령 고랭지 배추도 수난을 겪었는데 오죽하랴. 여름철 평균 기온이 25도를 넘지 않는 대관령도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올랐다. 생산량 급감에 얼마 전 배추 한 통이 2만원을 찍었다. 점점 ‘금(金)추’가 당연한 세상이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 강원도 인제로 여행을 갔을 때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눈앞에 탁 트인 배추밭이 펼쳐졌다. 푸릇푸릇하게 줄 맞춰 늘어선 수백 포기의 배추를 보고 일행 모두 일제히 “우아” 탄성을 질렀다. 작황이 부진하다는 뉴스만 듣다가 혹서를 이겨 낸 배추의 싱싱한 자태를 보니 장하다고 어깨라도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상기후가 ‘노멀’이 되면서 평범하고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귀하고 감사하게 여기게 된다. 기후변화가 준 깨달음이다.
2024-10-1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