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 외쳤던 파키스탄 SNS스타, 결국 명예살인

남녀평등 외쳤던 파키스탄 SNS스타, 결국 명예살인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7-17 16:41
수정 2016-07-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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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 외친 SNS 스타 동생 살해 피의자 와심 아짐. AP 연합뉴스
‘남녀평등’ 외친 SNS 스타 동생 살해 피의자 와심 아짐. AP 연합뉴스
“우리는 여성으로서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

돌발 행동과 남녀평등 주장으로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 파키스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던 20대 소셜미디어 스타 여성 모델이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됐다.

17일 파키스탄 경찰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여성 소셜미디어 스타인 찬딜 발로치(26)가 지난 15일 펀자브주(州) 물탄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빌라 가잔파르 경찰 대변인은 “발로치의 오빠가 잠자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진술을 그녀의 부모로부터 확보했다”고 전했다.

부검의인 무시타크 아메드는 “발로치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이지만, 최종 사인은 독극물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확정할 수 있다”며 “목이 졸리기 전에 독극물을 복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된 발로치의 오빠 와심 아짐을 검거, 조사 중이다.

본명이 파우지아 아짐인 발로치는 최근 튀는 행동과 발언이 담긴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논란 속에 유명인이 됐다.

특히 그녀는 최근 라마단 기간에 한 호텔 방에서 유명 종교 지도자와 나란히 셀카를 찍어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성직자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그의 성직자 자격을 박탈했다.

또 최근에는 파키스탄 크리켓 대표팀이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공약’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게시물이 인기를 끌면서 발로치의 트위터 팔로워는 4만 명,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는 70만 명이 넘는다.

더욱이 발로치는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에 대한 제약에 맞서 싸우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살해당하던 날에도 그녀는 “그만두라는 협박을 아무리 받더라도 나는 싸울 것이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지난 14일에는 “여성으로서 우리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어떤 여성이 될지는 스스로가 결정할 필요가 있다. 평등을 믿는다. 나는 자유로운 생각을 하는 여성이며 이런 나를 사랑한다”고 썼다.

발로치가 명예살인에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명인들이 애도와 함께 범인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샤민 오바이드-치노이는 “여성을 죽이는 남자를 감옥에 보내는 선례를 만들지 않으면 이 나라에선 어떤 여성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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