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조종석서 홀로 어려움 견뎌…입맛 떨어지지 않게 특별메뉴 고안
무연료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 2를 조종한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재단 회장이 아라비아 반도 상공에서 찍은 셀카.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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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일간 걸프뉴스는 27일(현지시간) 이 계획을 기획하고 번갈아가며 조종한 솔라 임펄스 재단의 베르트랑 피카르(58) 회장과 앙드레 보르슈베르그(63)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를 실었다.
솔라임펄스2는 중량을 최대한 줄이려고 1인용으로 제작된 탓에 조종을 맡은 이는 보통 수일간 3.8㎥의 비좁은 조종석에서 혼자 어려움을 견뎌야 했다.
조종석 역시 감량을 위해 압력조절기나 냉난방 시설이 없었다.
16개 기착지를 거친 이번 여정에서 가장 긴 논스톱 구간은 태평양을 횡단하는 일본 나고야에서 미국 하와이까지로, 비행 시간이 무려 118시간이었다.
보르슈베르그는 “비행 중엔 숙면하지 못하고 1∼4시간 마다 20분씩 쪽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며 “잠잘 때는 자동 운항 기능을 이용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난기류를 만나면 중앙통제센터에서 잠을 깨워야 했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쓴 고글엔 섬광장치가 달려 중앙통제센터에서 이 장치를 원격으로 작동하면 번쩍이는 불빛에 잠을 깰 수 있었다고 한다.
비행 고도가 낮으면 소매 속에 든 진동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해 조종사가 기수를 올리곤 했다.
조종사는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들어가는 크기의 조종석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조금씩 스트레칭을 했다. 앉은 채로 의자 받침대를 옆으로 조금 옮기면 화장실과 바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보르슈베르그는 긴장을 풀고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조종석에서 요가를 했지만, 피카르는 자기 최면을 거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비행 중 먹는 음식은 네슬레가 특별히 마련했다.
비행 고도가 8천500m를 넘으면 조종석의 기압이 낮아지고 온도가 떨어져 시리얼과 같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이나 지방 성분을 주로 섭취했다.
고도가 낮아지는 밤엔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먹었다.
네슬레는 비행기에 냉장고나 데워먹는 기구가 없어 석 달까지 보존할 수 있는 멸균 버섯 리소토를 개발했으며, 군대의 야전 식량처럼 불이 없이도 섭씨 60도까지 뜨거워지는 가열 봉지도 동원됐다.
조종사 1명은 하루에 시리얼, 통밀빵, 당근·감자·닭고기 수프 등 식사 1.8㎏, 물 2.5ℓ, 에너지 음료 1.5ℓ, 요구르트, 디카페인 커피, 스위스 초콜릿, 과일 등 3천500 cal 열량의 음식을 섭취했다.
높은 고도에선 입맛을 잃기 쉬워 노인용 식단처럼 특별히 맛에 신경 써 음식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505일에 걸친 세계 일주 동안 조종사 2명은 음식을 남긴 적이 없었고, 모두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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