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브레이크’가 독일 트럭테러 더 큰 참사 막았다

‘인공지능 브레이크’가 독일 트럭테러 더 큰 참사 막았다

입력 2016-12-29 09:39
수정 2016-12-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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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질주 70m 제동 까닭…돌진테러 예방할 기술단초 제공한듯

충돌을 감지해 차량에 제동을 거는 소프트웨어가 독일 트럭 테러의 희생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공영방송 NDR, WDR 등에 따르면 최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대형트럭이 시장 방문객들을 덮쳤을 때 초기 외부충격을 인식하는 내부 컴퓨터 제동장치가 작동했다.

이들 매체는 조사당국을 취재한 결과 이 장치의 작동 덕분에 행인들을 상대로 돌진을 시작한 19t 트럭이 70m에서 광란의 질주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튀니지 출신 테러 용의자 아니스 암리는 지난 17일 밤 이 트럭을 몰고 평균 시속 64㎞로 사람들이 모인 시장에 돌진, 독일인 7명과 외국인 관광객 5명 등 12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치게 했다.

당시 트럭이 70∼80m를 달리다가 멈춰 서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자동제동 장치가 발동하지 않은 지난 7월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의 경우 19t 대형트럭이 무려 30여분 동안 2㎞를 질주하며 8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독일 테러 때 트럭이 짧은 거리에서 멈춰선 까닭을 두고 트럭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폴란드인이 테러를 저지하려는 격투를 벌였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독일 트럭테러 때 작동한 컴퓨터 제동장치는 유럽연합(EU)이 2012년 3.5t을 초과하는 모든 신형 트럭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작동 전에 우선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린 뒤 회피 조치를 취하도록 설계돼 있다.

해당 법규는 트럭의 후미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지만 차량을 이용한 소프트타깃 테러를 막는 데도 맞춤형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트럭이 대형 테러에 악용되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총기나 폭발물에 대한 규제, 검문검색은 강화됐지만 상업용으로 쓰이는 트럭 등 차량은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아 위험했다는 것이다.

차량 돌진 테러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훈련되지 않은 추종자들에게 테러를 선동할 때 자주 등장해 경계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로 도주 중 지난 23일 경찰에 사살된 트럭 테러범 암리는 범행 직전인 19일 오후 7시 41분께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한 측근에게 “형제여, 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잘되고 있고 지금 나는 차 안에 있다”면서 “나를 이해했는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라, 형제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암리는 이어, 범행에 쓰인 문제의 대형 트럭 운전석에서 찍은 사진도 포스팅하고 나서 오후 8시 2분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돌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슈피겔온라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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