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 돌발 행동으로 건재함 과시
2번이나 산소포화도 떨어져 한때 긴장
병원 집무 사진 ‘백지 서명’ 연출 드러나
‘상태 안 좋다’ 언급한 비서실장에 욕설도
WSJ “입원 전날 이미 1차 양성 판정받아”
들통난 백지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베데스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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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 등 의료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강조한 뒤 이르면 5일 퇴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열도 없고 산소포화도도 98%라고 전했다. 하지만 콘리는 “지난 2일 고열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94% 밑으로 떨어져 산소 2ℓ를 보충받았다. 3일에는 산소포화도가 93% 이하로 떨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심상치 않은 상태였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통상 95~100%인 산소포화도가 90% 이하까지 떨어지면 저산소혈증으로 분류한다.
콘리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증세가 경미하다고 강조했지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 징후가 지난 24시간 동안 아주 우려스러웠고 향후 48시간이 대단히 중요하다”던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발언과 혼선을 빚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콘리는 지난 3일 산소 보충치료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도 했다. 폴리티코 등은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경증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 치료제라며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안 좋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심 깊은 트럼프 비서실장
마크 메도스(왼쪽) 백악관 비서실장이 4일(현지시간)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 월터리드 군병원에서 브리핑하는 것을 벤치에 앉아 양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듣고 있다.
베데스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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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복세 홍보와 함께 내부 입단속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격리지침 위반임을 뻔히 알면서 이날 병원 정문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겠다며 차량에 올라 돌발 외출을 했고, 전날엔 병원에서 집무를 보는 사진을 배포했으나 백지에 서명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주치의가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콘리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상 트럼프 대통령의 폐에 손상이 있는지, 음압병동을 이용했는지 등은 답하지 않아 허락된 정보만을 브리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입조심하는 주치의와 달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을 전한 메도스 비서실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F’로 시작하는 비속어까지 쓰며 격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폭스뉴스 인터뷰 당시 이미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숨겼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0-10-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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