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 평화·안정 기여”… 북핵 공개언급 없었던 北·中 접촉

“中, 세계 평화·안정 기여”… 북핵 공개언급 없었던 北·中 접촉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11-19 22:54
수정 2017-11-20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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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특사, 최룡해 이어 리수용 만나

‘시진핑(習近平)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 ‘잠행’ 중이다. 쑹 부장은 지난 17, 18일 북한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한의 외교 수장인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잇달아 만났으나 북한과 중국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쑹 부장의 표면적인 방문 목적인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결과 설명에만 초점을 맞출 뿐 북한 핵문제에 대해 담판을 했는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북한 평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파견된 쑹타오(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과 리수용(왼쪽)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외무상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쑹 부장은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는 첫 장관급 인사지만 중국 측은 이번 방북의 목적이 19차 당대회 결과 설명이라고 밝히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 교도 연합뉴스
지난 18일 북한 평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파견된 쑹타오(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과 리수용(왼쪽)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외무상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쑹 부장은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는 첫 장관급 인사지만 중국 측은 이번 방북의 목적이 19차 당대회 결과 설명이라고 밝히고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 교도 연합뉴스
●中 “특사는 마술사 아냐… 기대 말라”

중국 중련부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쑹 부장이 전날 리 부위원장을 만났다고만 밝혔다. 중련부에 따르면 쑹타오는 리수용에게 “19차 당대회에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와 전략을 마련했다”며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평화를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띌 뿐 북핵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쑹타오와 리수용의 회담을 전하면서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 쌍무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북핵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오히려 북핵 논의의 공개를 자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8일자 사설에서 ‘쑹 부장은 마술사가 아니다”라면서 “그의 방북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밝혔다. “한반도 형세 완화의 관건은 북한과 미국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연쇄 면담에서 북핵 위기와 관련된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은 김정은이 중국을 불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이 먼저 중단한다면 그다음에 우리가 뭘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사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유지하고 전쟁놀이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방어 능력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며 그 핵심은 핵무기”라고 덧붙였다.

리 부위원장은 회담 후 특사단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쑹타오 일행은 이날 평양시 교외의 만경대 혁명학원을 참관하고 구두공장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련부는 또 지난 17일 열린 쑹 부장과 북한 권력서열 2위 최룡해 부위원장의 면담 사실도 발표했다. 중련부는 “두 사람은 북·중의 전통적 우호는 전 세대 지도자들이 구축한 것으로, 양국 인민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양당·양국 관계를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주석 北문제 향후 공세적 접근 예상”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 특사의 방북이 앞으로 북핵 문제에 관한 미·중 간 시각차를 좁힐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 쪽으로 끌고 가자는 흐름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특사 방문은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을 하면서 유화책도 함께 펴는 양온 국면으로 가는 것”이라며 “향후 시진핑 주석이 조금 더 공세적으로 미·중 관계와 북한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7-11-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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