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시 주석, 지난달 24일 마윈 발언에 분노...공산당에 대한 도전 여겨”
마윈, 상하이 콘퍼런스서 현 중국 금융 시스템 강력 비판...작심하고 도전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 개발 30주년을 맞아 동부 지역을 방문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장쑤성 난통을 찾아 양쯔강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난통 신화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중국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중국의 보수적인 금융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하자 시 주석이 이에 분노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마 전 회장의 발언이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와이탄 금융 포럼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중국 금융에는 (선진국들이 고민하는) ‘시스템 위기’가 없다.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시중은행들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리스크 관리에만 전념하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간과해 많은 기업가들이 (제대로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운영할 수 없듯 과거의 제도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에는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그가 ‘작심하고 중국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2일 중국 금융당국은 마윈을 불러 소환조사한 뒤 “뒤늦게 재조사가 필요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곧바로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중국 증시 상장이 중단됐다. 예정대로면 앤트그룹은 5일 상장을 통해 340억 달러(약 38조원)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WSJ는 “시 주석이 마윈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통치와 공산당의 안정성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여겼다”고 전했다.
알리페이는 중국 인구의 70%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결제수단이다. 사용자가 결제나 교통카드 이용 등을 위해 맡겨놓은 현금을 모아 2000만개 이상 중소기업과 5억명의 소비자에게 대출해 준다. 앤트그룹은 이번 상장에서 모은 자금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마이크로 파이낸싱’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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