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銀 총재, 세기의 빅딜에 일침
IT산업 역사상 최대 액수 투자
“가난 해결 3년 예산의 3배” 지적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
같은 시각 “그 돈이면 몇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린 이가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66) 세계은행(WB) 총재다. 그는 같은 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센 소장과의 화상 대담에서 “오늘 아침 MS가 한 비디오게임 회사에 단번에 투자한 액수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75개국에 지원하기로 한 돈이 연간 80억 달러로, 3년간 총 240억 달러(약 28조 6200억원)”라고 대조했다.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국제개발협회(IDA)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사(IFC) 등의 공적 자금을 3년마다 조성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지역 최빈국의 인프라 건설과 식량, 위생, 교육 등에 투자한다.
빅테크 기업 MS의 고액 인수합병을 비판한 맬패스 총재는 “이런 자본의 배분이 최선인지 의문을 가져 봐야 한다”며 “이 돈 대부분은 채권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고, 채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이 이미 고도로 건설된 인프라·부동산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가 아니며, 개도국과 최빈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게 맬패스 총재의 생각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부의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부자들의 기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거세다. 앞서 지난해 10월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거론하며 “(당시) 자산의 2%(약 60억 달러)로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머스크가 “어떻게 기아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히 설명하면 당장 테슬라 주식을 팔아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약 20일 후 43개국 4000만명에게 66억 달러어치 식량을 공급할 상세한 계획서를 올렸지만, 머스크는 두 달째 무반응이다.
2022-01-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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