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멋져 보이기도 했어/ 첫날밤에 신방에서 저고리를 벗기는데/ 서로 부끄러워서 손도 안 잡고 잤어/ 입도 안 맞추고/ 그냥 남매처럼 잤어’(박달막 ‘첫날밤’
경남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 80대 어르신 38명의 인생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는 시 101편을 엮은 시집이 나왔다.
국립 경상대학교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하동군과 공동으로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시를 가르치는 ‘실버 세대를 위한 꿈결 인문학 체험’사업을 진행해 어른신들이 직접 쓴 시를 모아 ‘가로내띠기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제목에 나오는 가로내는 하동 횡천강의 순우리말이다.
두 마을 어르신들의 인문학체험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도시사업의 하나로 2017년 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경상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학과장 김겸섭), 하동문학관(관장 최영욱 시인), 소설가 하아무(박경리문학관 사무국장), 시인 박순현·현임옥·진효정(이병주문학관 사무국장) 등 경상대와 하동문인협회 회원들이 어른신들의 시쓰기 교육을 도왔다. 이같은 배움을 통해 38명 어르신들은 지나온 긴 인생 여정을 시로 표현했다.
‘내 인생의 시작은/ 열둘 시댁 가족을 안고 살았다/ 구름 속에 달빛같이 흐렸다/ 흙과 땅을 다 섞어 강이 된 인생/ 그 강에 아들딸이 태어나고 자랐다/ 달빛 같은 내 인생/ 사십 명이 넘는 식구들 속에/ 보름달같이 환하다’
박권옥 어르신은 ‘내 인생 시작은’이라는 짧은 시 한편을 통해 그가 걸어온 인생 역사를 연속되는 사진처럼, 서사시처럼 펼쳐놓았다.
김행주 어른신은 ‘가장 행복했을 때’라는 시에서 ‘남편이 독신이라 애기를 기다리다/ 첫아를 낳았을 때 우리 가정/ 웃음꽃이 활짝 폈지/ 시어머니께서 낮참 밤참/ 따끈하게 해다주면 신랑이/ “우리 각시는 배가 참 큰갑소” 하더라네/ 그때 어찌나 부끄럽던지’라면서 행복했던 옛날을 추억했다.
박덕선 어르신이 쓴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어머니 딸도/ 이제 이름 써요/ 박덕선’이라는 내용의 시 ‘어머니’는 어린 시절 당시 딸이어서, 또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시구 사이사이마다 왈칵왈칵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박말달 어르신은 결혼해 ‘첫날밤’의 부끄러웠던 추억을 시 ‘첫날밤’을 통해 살며시 떠올리며 꺼내놓았다.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오는 4일 오전 10시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에서 시집 출판 기념행사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시집 전달식만 간소하게 할 예정이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경남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 80대 어르신 38명의 인생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는 시 101편을 엮은 시집이 나왔다.
국립 경상대학교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하동군과 공동으로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시를 가르치는 ‘실버 세대를 위한 꿈결 인문학 체험’사업을 진행해 어른신들이 직접 쓴 시를 모아 ‘가로내띠기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시골어르신 38명 공동시집 ‘가로내띠기의 행복’
두 마을 어르신들의 인문학체험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도시사업의 하나로 2017년 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경상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학과장 김겸섭), 하동문학관(관장 최영욱 시인), 소설가 하아무(박경리문학관 사무국장), 시인 박순현·현임옥·진효정(이병주문학관 사무국장) 등 경상대와 하동문인협회 회원들이 어른신들의 시쓰기 교육을 도왔다. 이같은 배움을 통해 38명 어르신들은 지나온 긴 인생 여정을 시로 표현했다.
‘내 인생의 시작은/ 열둘 시댁 가족을 안고 살았다/ 구름 속에 달빛같이 흐렸다/ 흙과 땅을 다 섞어 강이 된 인생/ 그 강에 아들딸이 태어나고 자랐다/ 달빛 같은 내 인생/ 사십 명이 넘는 식구들 속에/ 보름달같이 환하다’
박권옥 어르신은 ‘내 인생 시작은’이라는 짧은 시 한편을 통해 그가 걸어온 인생 역사를 연속되는 사진처럼, 서사시처럼 펼쳐놓았다.
김행주 어른신은 ‘가장 행복했을 때’라는 시에서 ‘남편이 독신이라 애기를 기다리다/ 첫아를 낳았을 때 우리 가정/ 웃음꽃이 활짝 폈지/ 시어머니께서 낮참 밤참/ 따끈하게 해다주면 신랑이/ “우리 각시는 배가 참 큰갑소” 하더라네/ 그때 어찌나 부끄럽던지’라면서 행복했던 옛날을 추억했다.
박덕선 어르신이 쓴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어머니 딸도/ 이제 이름 써요/ 박덕선’이라는 내용의 시 ‘어머니’는 어린 시절 당시 딸이어서, 또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시구 사이사이마다 왈칵왈칵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박말달 어르신은 결혼해 ‘첫날밤’의 부끄러웠던 추억을 시 ‘첫날밤’을 통해 살며시 떠올리며 꺼내놓았다.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오는 4일 오전 10시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에서 시집 출판 기념행사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시집 전달식만 간소하게 할 예정이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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