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김유민의 돋보기] 믿고 보낸 요양원 반복되는 학대

[김유민의 돋보기] 믿고 보낸 요양원 반복되는 학대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6-16 17:18
업데이트 2021-06-17 06:0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감염병 사태로 외부인 면회가 줄어든 노인 요양 시설을 중심으로 학대 의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밥그릇에 반찬과 국물을 모아 잡탕처럼 섞어 배식하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수일간 방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노인학대 혐의로 과태료를 물고 원장까지 교체한 제주의 한 요양원이 또다시 방임 학대 판정을 받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세 차례나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눈과 광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 할머니는 입소한 지 9개월 만에 체중이 7㎏가량 줄었다. 저녁 시간에는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담고 국물까지 부어 잡탕처럼 배식한 것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에게 잔반과 상한 음식을 뒤섞어 배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요양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돼 부평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단속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발견됐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원은 70대 환자의 팔다리를 최대 5일 동안 침상과 휠체어에 묶어 학대한 혐의로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요양원은 환자가 식사할 때는 휠체어에 묶고, 잠을 잘 때는 침상에 신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방치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신체 억제대를 사용할 때는 2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체위를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원은 의사 소견도 없이 “환자가 폭력성이 있어 요양보호사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묶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이 요양원은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식자재비를 직원 월급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인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돼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2015년 3818건에서 지난해 5243건으로 5년 새 37%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설의 학대 비율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심신이 불편해 피해 호소도 쉽지 않은 만큼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요양 시설은 80% 이상, 공동생활시설에는 50%가 CCTV를 설치했는데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노인학대가 은폐되기 쉽고, 신고를 하더라도 특정 피해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어린이집처럼 공론화 과정을 통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의된 ‘요양병원 CCTV 설치법’은 노인전문 의료기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보호자 요청 시 환자에 대한 투약 내역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권고에 그친 내용이 반드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노인학대가 근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6-17 30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