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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직선제, 전 국민 의보 실현… 공안 정국·뇌물공화국 오명

6·29 직선제, 전 국민 의보 실현… 공안 정국·뇌물공화국 오명

이하영 기자
입력 2021-10-26 18:08
업데이트 2021-10-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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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前대통령 재임기간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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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숙환으로 별세한 노태우(아랫줄 왼쪽)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재학 당시 전두환(뒷줄 가운데) 전 대통령 등 오성회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숙환으로 별세한 노태우(아랫줄 왼쪽)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재학 당시 전두환(뒷줄 가운데) 전 대통령 등 오성회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기는 6·29선언을 통한 대통령 직선제 실현과 경제성장으로 국내적으로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고, 대외적으로는 동구권의 붕괴로 세계 패권이 재편되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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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국정 철학의 리더십이 절실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내걸었음에도 5공화국의 연장선을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보였다. 직선제로 탄생한 첫 대통령이자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대통령이라는 극단적 상징성만큼이나 그의 공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노 전 대통령은 격변의 시기에 5공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제6공화국을 열었다는 성과가 있다. 취임 후 청와대와 내각의 군부 인사를 민간인 전문가로 대폭 물갈이했다. 언론의 자유를 열겠다며 언론기본법을 폐지하고 신문 지면과 구독료 자율화를 열었다. 정치인에 대한 풍자를 허용하자며 ‘물태우’라는 별명도 반겼다.

1989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고 재임 기간 272만호를 공급해 주택 보급률을 크게 높였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직폭력배 소탕에 나서 도시치안 기반을 닦았다는 점도 공으로 여겨진다.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KTX), 영종도 신국제공항을 기공하는 등 기반시설 구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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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왼쪽)이 1987년 6월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전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왼쪽)이 1987년 6월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전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2월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서 취임식을 열고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2월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서 취임식을 열고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초 5공 청산을 내걸며 집권한 노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와 잇단 방북 사건이 불거지며 위기에 몰리자 야합을 통해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쳐지는 ‘3당 합당’을 단행함으로써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왜곡시켰다. 이는 국민에게는 정치 불신을, 정치인에게는 인위적 정계개편 관습을 안겨 준 시초로 평가받는다.

3당 합당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공안 정국을 조성하면서 5공 시대로 회귀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전교조를 불법 단체로 규정해 1500명의 교사를 무더기 해임·파면하기도 했다. 독재 정권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노동운동을 탄압했고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과 같은 5공식 사건도 재발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이철규 의문사 사건, 오홍근 테러 사건 등도 잇따랐다.

경제 분야의 퇴행도 심각했다. 집값 폭등, 부실공사 등 각종 부동산 문제가 터져나왔고 연쇄 부작용으로 물가 폭등까지 이어졌다. 1986년 이후 3년간 3저(저달러, 저금리, 저유가) 현상 덕택에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한국으로서는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기업들은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기업재무구조 개선보다는 부동산투기와 같은 비생산적 돈벌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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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9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1988년 9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4회 서울올림픽 개회식에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참석해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을 개혁해야 할 대통령은 오히려 재벌들로부터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챙기는 등 정경유착을 일삼았다. ‘뇌물공화국’, ‘재벌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이때 나왔다. 1995년 노 전 대통령은 4000억원대 비자금을 축재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21-10-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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