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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트럼프 지지자들 시위에 바이든 연설 잠시 중단… 美 ‘깊어지는 분열’

[르포]트럼프 지지자들 시위에 바이든 연설 잠시 중단… 美 ‘깊어지는 분열’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10-27 14:07
업데이트 2021-10-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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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지원 유세 나섰지만
몰래 들어온 트럼프 지지자들 “자유와 싸우지 말라”
바이든 연설 끊고 “여기는 트럼프 유세장 아니다”
트럼프엔 ‘주가 높다 자랑하더니 지금이 더 높다’
상대 후보엔 “트럼프가 부끄럽냐” 조롱하듯 말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버지니아 하이랜드 공원에서 지지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버지니아 하이랜드 공원에서 지지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내 이름은 조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인 테리 매컬리프(64)를 도우려 26일(현지시간) 밤 8시쯤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버지니아 하이랜드 공원에 마련된 연단에 섰다. 수백명이 모였지만, 이 중에 숨어 들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자유와 싸우지 말라”고 반복해 외치며 연설을 막았다.

바이든은 결국 잠시 연설을 끊고 “이건 트럼프 유세가 아니다”고 말했고, 경비원들은 10여명의 시위대를 연설장 밖으로 몰아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바이든과 트럼프의 첫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날 유세는 심각한 반목과 분열을 보여줬다. 바이든은 트럼프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을 통합하겠다던 기치는 빛이 바랜 듯 했고, 정책 대신 비방전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바이든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와 글렌 영킨(55) 공화당 후보의 밀접한 관계를 언급하며 “이것만 기억해라. 나는 트럼프에 맞섰고, 매컬리프는 트럼프의 조수와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영킨이 트럼프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중도층의 지지를 위해 트럼프와 동반 유세는 삼가는 것을 지적하는 듯 “영킨이 숨기고 싶은 건 뭐냐. 트럼프가 여기 있는 데 문제가 있나. 트럼프가 부끄럽냐”고 조롱하듯 말했다.

하지만 매컬리프 역시 바이든의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감안한 듯 그간 동반 유세를 하지 않았다. 이날도 바이든에 앞선 연설에서 매컬리프는 트럼프와 영킨이 둘다 “지난해 대선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하나로 묶어 비판하면서도 바이든의 국정 운영 성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집권 4년의 혼란과 증오 끝에 백악관에 공감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바이든”이라는 정도만 말했다.

유세장에도 ‘버지니아를 파란 주로 유지하자’, ‘나는 투표하겠다’, ‘테리 매컬리프’ 등이 쓰인 피켓들은 보였지만 바이든의 이름이 병기된 피켓은 없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밤 유세 연설을 한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버지니아 하이랜드 공원에 모인 인파.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밤 유세 연설을 한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버지니아 하이랜드 공원에 모인 인파.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트럼프가 지난 1월 6일 의회 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다고 비난한 뒤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가장 좋은 지표가 주식시장이라 했지만 지금을 보라”고 했다. 자신이 통치하자 주가가 더 올랐다는 의미다. 코로나19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일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연설 도중 트럼프 지지자들은 “거짓을 멈춰라”, “기후 대응은 조 맨친(바이든의 여러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에게 맡겨라” 등의 구호를 곳곳에서 외치다가 여럿 퇴장당했다.

이런 반목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 벌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매컬리프는 지난달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킨을 크게 앞섰지만, 지난 10일 이후 6개 여론조사 중 3개에서 두 후보는 동률을 이뤘다. 영킨은 아프가니스탄의 질서있는 철군 실패, 코로나19 재유행, 백신 의무화 등 바이든의 약점을 찌르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버지니아주 선거에서 이기는 쪽이 내년 중간선거의 기선을 제압하는 형국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버지니아주는 1977년 이후 매컬리프가 2013년 주지사에 당선됐을 때 빼고 모두 대통령과 다른 당에서 주지사를 배출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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