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속 맹신의 세계, 현실에도 존재”

유아인 “사이비 교주, 조곤조곤 설득하더라
순위 집착보다 본질 간직한 작품이 중요”

박정민 “새진리회 생기면 나도 따랐을 수도
해외 진출 보단 한국 콘텐츠 생산 일조”
‘지옥’으로 넷플릭스 TV 시리즈 세계 1위를 맛본 유아인은 “국내 작품이든 해외에 나가는 것이든 연기의 핵심은 다르지 않다”며 “좋은 작품을 만드는 본질을 지키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br>넷플릭스 제공
‘지옥’으로 넷플릭스 TV 시리즈 세계 1위를 맛본 유아인은 “국내 작품이든 해외에 나가는 것이든 연기의 핵심은 다르지 않다”며 “좋은 작품을 만드는 본질을 지키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 제공
“검증 안 된 믿음과 맹신으로 인한 폭력, ‘지옥’ 속 세상은 현실에서 더 적나라하게 존재하지 않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주인공 배우 유아인과 박정민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이 그린 현실에 대해 공통적인 답을 내놨다. 어느 날 갑자기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사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죽는다는 비현실적 설정이 되레 현실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는 의견이다.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정민. 넷플릭스 제공
두 사람은 6부작 시리즈에서 각각 전반부와 후반부를 이끈다. 1~3부에서 신흥 종교단체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을 맡아 세계관을 깔아 놓은 유아인은 “영원 불멸의 소재인 지옥과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2021년 연상호 감독이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 작품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정진수는 자신도 20년 전 고지로 지옥행이 정해진 상태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종교적으로 해석해 세를 넓히는 인물. 유아인은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다 큰 소리로 ‘믿습니까’를 외치지 않고 오히려 조곤조곤 조용하게 설득하더라”며 “정진수도 반전을 주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아인은 ‘지옥’을 “동시대적”이라고 표현했다. 극 중 집단 광기나 혐오, 폭력이 현실에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믿음과 정보를 맹신하고 그것을 무기 삼아 공격하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며 “황당하지만 공감할 만한 세계를 만드는 게 연상호 세계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갓난아이가 고지를 받아 비극에 휘말리는 방송국 PD 배영재로 후반부를 주도한 박정민도 “각자 해석의 여지가 모두 달라 말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했다. 인간의 맹목적 믿음이 가져오는 비극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는 그는 “정보가 범람하고 사소한 의견이 하나의 팩트가 돼 가는 순간도 있는데, 인간이 이것을 어디까지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이 맡은 ‘지옥’의 정진수 의장은 초반 세계관을 깔아놓는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유아인이 맡은 ‘지옥’의 정진수 의장은 초반 세계관을 깔아놓는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 제공
“만약 ‘새진리회’ 같은 단체가 나타난다면 나라고 추종 단체인 ‘화살촉’이 되지 않을 수 있나 자문했다”는 박정민은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화살촉’이 가장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후반부에 재미가 없으면 ‘독박’을 쓸까 걱정도 했다는 그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이기에 최대한 편안한 연기를 보여 주고자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시도했는데 감독님도 대체로 좋아하셨다”고 돌이켰다.

배영재 역을 맡은 박정민은 “최대한 현실적인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돌이켰다. 넷플릭스 제공
배영재 역을 맡은 박정민은 “최대한 현실적인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돌이켰다. 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로 나간 작품을 발판 삼아 자연스레 ‘세계 진출’을 한 두 사람은 한국 콘텐츠에 대해서는 다른 듯 상통하는 답변을 했다. 유아인은 “그래, 세계 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이 가장 기분 좋았다면서 “1위 작품을 따라가거나 순위에 매몰되지 말고 창작자들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하던 대로, 본질을 훼손하지 말고 잘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세계 진출은 아예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는 박정민은 “‘기생충’, ‘오징어 게임’, ‘지옥’에서 보듯 이제 한국 작품을 세계 관객이 보는 활로가 많이 뚫렸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심히 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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