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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춘의 사랑 슬퍼서 더 아름다운 ‘라 보엠’

가난한 청춘의 사랑 슬퍼서 더 아름다운 ‘라 보엠’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11-28 20:28
업데이트 2022-11-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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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강요셉·서선영 2년 만에 서울 공연

국립오페라단 올해 마지막 무대
강, ‘로돌포’ 계기로 세계적 인정
서, 푸치니 첫 캐릭터 ‘미미’ 인연
“슬픔 경험한만큼 감정 더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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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셉(왼쪽)과 서선영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로돌프와 미미처럼 사이 좋게 기념촬영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강요셉(왼쪽)과 서선영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로돌프와 미미처럼 사이 좋게 기념촬영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학생이 하든 진짜 잘하는 사람이 하든 작품이 주는 힘이 굉장한 오페라거든요. 저희가 2년 동안 갈고닦아 온 걸 보고 더 깊은 감동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가난한 청춘들의 사랑은 서로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더 아프다. 모든 가능성이 열린 시기지만 사랑만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걸 절절히 경험하는 청춘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을 쿡쿡 찌른다. 1830년대 프랑스 파리의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다.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서선영(왼쪽)과 강요셉. 류재민 기자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서선영(왼쪽)과 강요셉. 류재민 기자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라 보엠’이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라 보엠’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로 파리 라탱(Latin) 지구에 사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여인 미미, 그리고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12월 1~4일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10일은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볼 수 있다.
함께 활짝 웃는 두 주인공. 류재민 기자
함께 활짝 웃는 두 주인공. 류재민 기자
이번 공연에서 A팀 주연으로 로돌포는 테너 강요셉(44), 미미는 소프라노 서선영(38)이 맡았다. 지난 24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강요셉은 “처음 만든 이메일 주소가 로돌포강이었을 정도로 ‘라 보엠’을 좋아한다”면서 “2013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대타로 로돌포를 맡은 걸 계기로 커리어가 업그레이드된 경험도 있어 더 특별하다”고 소개했다. 서선영은 “타고난 신체 조건과 성격상 푸치니의 음악과 가장 잘 맞는데, 푸치니 작품의 첫 캐릭터가 미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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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장식하는 ‘라 보엠’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장식하는 ‘라 보엠’의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두 사람은 2년 전 ‘라 보엠’ 전국 투어를 진행했지만 서울 공연은 코로나19로 취소됐다. 그만큼 이번 공연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특히 서선영은 지난 7월 아버지를 여읜 후의 공연이라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처음 경험하고 객석에서 ‘라 보엠’을 본 후 서선영은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는 “푸치니가 누구를 간호해 봤나 할 정도로 대사도 그렇고, 제가 아버지를 보며 느꼈던 무능력함이 떠올랐다”며 이날도 눈물을 글썽였다.
오페라 ‘라 보엠’은 겨울을 대표하는 오페라로 서선영은 2009년, 강요셉은 2012년 처음 작품을 맡았다. 류재민 기자
오페라 ‘라 보엠’은 겨울을 대표하는 오페라로 서선영은 2009년, 강요셉은 2012년 처음 작품을 맡았다. 류재민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라 보엠’은 겨울을 대표하는 오페라로 내용이 어렵지 않아 관객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서선영은 4막에서 돌아온 미미가 로돌포와 이야기하고 싶어 친구들을 내보내려 자는 척할 때 흐르는 음악이 특별히 좋다고 추천했다. 강요셉은 “1막이 잘되면 2막부터는 연기에 빠져서 쭉 갈 수 있어서 1막을 특별히 신경 쓴다”면서도 “저한텐 어려운 부분이라 관객들은 신경 많이 안 써 주셨으면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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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라 보엠’에는 흥겨운 파리의 연말 분위기도 녹아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라 보엠’에는 흥겨운 파리의 연말 분위기도 녹아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2019년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오페라 팬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조합으로 통한다. 지난 6월 국립오페라단 60주년 기념작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서도 환상의 호흡으로 찬사를 받았다. 서선영은 “다른 오페라에 비해 숨겨진 의미 같은 게 없어서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감동을 많이 받을 작품”이라며 관객들을 초대했다. 강요셉은 “저희를 식상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식상하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한다”면서 “이 정도 수준의 ‘라 보엠’은 없을 거라 단언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글·사진 류재민 기자
2022-11-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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