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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농업] 약 없이도 되찾은 활력… 자연 속에서 다시 피었어요

[이토록 멋진 농업] 약 없이도 되찾은 활력… 자연 속에서 다시 피었어요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2-09 21:23
업데이트 2023-02-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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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으로 몸·마음 치유하기 <치유농업 하>

강원 1004 치유농장 ‘원예치료’
잼·고추장 만들고 작물 등 수확
“할 수 있는 일 많아” 자신감 회복
올해 치유농업 예산 134억…50%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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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전북 완주군의 ‘드림뜰 힐링팜’ 에서 열린 인지 건강 개선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나만의 화분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10월 전북 완주군의 ‘드림뜰 힐링팜’ 에서 열린 인지 건강 개선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나만의 화분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의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치유농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걸까. 17년째 원예치료사로 활동하는 강원 춘천 ‘1004치유농장’의 최미순 대표는 “자연 속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는 대답을 내줬다.

최 대표는 지난해 발달 장애인들과 ‘초록으로의 산책’이라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씨앗을 심어 물을 주고 재배해 수확하는 전 과정을 1년 내내 함께했다. 수확한 사과로 잼을 만든 뒤 고춧가루를 섞는 과일 고추장 담그기나 상추국화 꽃다발 만들기, 팬지 모종 심기, 고구마 수확, 허브 족욕 같은 행사도 있었다. 회당 1시간씩 10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을 연간 8차례 운영했다. 최 대표는 이 과정이 위로를 받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학교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꽃꽂이를 완성한 뒤 ‘나도 할 수 있는게 많다’며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쉼터에서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가 많다”면서 “이들은 특히 내부 공간보다 야외 활동을 좋아한다. 농작물이 자라는 공간을 산책하고 스킨십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설에서 봤던 슬픈 표정들이 안 보이고 정서적으로 바뀌는게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과 교감하기 힘든 이들은 농장에 있는 토끼를 품에 안고 따듯한 체온을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장애인) 시설로 직접 가서 실내에서 교육을 받을 때는 사람들을 공간에 가둬 두다 보니 이동도 어렵고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잖아요. 그런데 자연 속에서는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참 많아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이 공간에 와서 있게만 해달라고도 하죠. 사계절 동안 변하는 들판을 보는 일 자체도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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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강원 춘천시 ‘1004천사농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상추모종심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11월 강원 춘천시 ‘1004천사농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상추모종심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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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강원 춘천시 ‘1004천사농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 발달 장애인들이 토마토 고추장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11월 강원 춘천시 ‘1004천사농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 발달 장애인들이 토마토 고추장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오감 자극하는 농장 녹색환경 핵심
책임감 길러주는 식물기르기·동물 교감
따듯한 인적 상호작용…재통합 공간으로

최 대표의 말처럼 의학적 약물이나 수술이 아닌 몸속에 내재한 힐링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과정이 치유농업이다. 농장의 녹색 환경, 다양한 실내외 활동, 동물 및 자연과의 교감, 농장주의 따뜻한 태도로 사회 재통합의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97회에 걸쳐 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 연계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참가 집단의 평균 스트레스 지수가 최대 45%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기도 했다.<서울신문 2월 9일자 2면>

치유농업은 오감을 자극하는 녹색 환경이 핵심이다. 식물로 조성된 환경에 관심과 집중을 기울일 수 있도록 회복 공간을 제공한다. 단순 명료하고 반복적이면서 책임감을 자극하는 식물을 기르고, 자신의 보살핌으로 열매가 맺히고 수확해 삶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의 능력과 자신감을 회복해가는 것이다. 참여자와 진행자 간의 친밀한 인적 상호 작용도 치유 요소로 작용한다.

치유농업의 선두주자인 네덜란드는 2002년 급증한 학생들의 자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치유농장을 도입해 참여 학생과 부모, 농가들에 모두 만족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치유농장은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소외감을 경험한 참여자들이 소중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자존감과 존엄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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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연계 치유농업 프로그램 효과
사회서비스 연계 치유농업 프로그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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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드림뜰 힐링팜’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 진행 전후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유비오맥파(HRV)로 측정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드림뜰 힐링팜’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 진행 전후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유비오맥파(HRV)로 측정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반려동물·곤충 등 치유자원 15종 발굴
세로토닌 등 의과학적 효과 검증도 확대
전문인력 600명 육성…일자리 300개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 도입 박차

이에 힘입어 올해 치유농업 예산은 13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9.8% 대폭 늘었다. 농진청 치유농업추진단은 올해 사회서비스를 연계한 치유농업 사업 모델을 현장에 확산하고 국민들의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참여자 수를 12만명으로 늘렸다. 2021년(2만 7000명)보다 4배 이상 늘린 수치다.

또 반려동물·애완곤충, 식물자원, 들깨 등 치유자원 15종을 발굴하고 아동·청소년·장애인·노인·스트레스 고위험군 등을 위한 맞춤형 우울 개선 프로그램, 스트레스 완화 치유관광 서비스 등 콘텐츠 8종도 개발한다. 세로토닌(우울감), 코티졸·HRV(스트레스) 등 의학·과학적 효과 검증도 20건으로 늘릴 예정이다. 교육·정보형 3D 가상 치유농장과 같은 신산업 기술도 개발한다.

치유농업 확산을 위해 600명의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300개의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장 실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지원하고, 치유농업사 시험의 체계적 관리와 일자리 연계를 위한 치유농업 종합정보망도 구축한다. 지방농촌진흥기관에는 치유농업사 55명을 의무배치해 교육·서비스를 진행한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치유농업시설 기준에 대한 신규 창업자들의 문의가 많은데 현재 기준이 없어 서비스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를 도입해 고품질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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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충남 부여군의 ‘조금 느려도 괜찮아’ 치유농장에서 참가자들이 야외에서 족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해 10월 충남 부여군의 ‘조금 느려도 괜찮아’ 치유농장에서 참가자들이 야외에서 족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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