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독수리타법’으로 녹색 포털 지킨 수호신, 푸른 들판(綠野)으로 영원히 떠나다

‘독수리타법’으로 녹색 포털 지킨 수호신, 푸른 들판(綠野)으로 영원히 떠나다

김기성,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3-29 11:56
업데이트 2023-03-29 16: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네이버 지식인 ‘녹야’ 조광현옹 별세, 87세
쌍돋보기·독수리타법…건강 어려움에도 활동 지속
2004년부터 18년간 답변 5만여개 작성, 70% 채택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위트로 많은 사랑 받아

Q: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 살인가요?”
A: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
조광현옹이 네이버 지식iN에서 주고 받은 문답
이미지 확대
네이버 지식인(iN)에서 ‘녹야(綠野)’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고 녹야 조광현(87)옹이 지난 27일 오후 10시쯤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2023.3.29. 연합뉴스
네이버 지식인(iN)에서 ‘녹야(綠野)’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고 녹야 조광현(87)옹이 지난 27일 오후 10시쯤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2023.3.29.
연합뉴스
네이버 ‘지식인(iN)’에서 ‘녹야(綠野)’라는 활동명으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수많은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옹이 27일 오후 10시쯤 87세를 일기로 서울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에서 개인 치과 의원을 운영했다. 고인의 부인인 고 늘샘 권오실(1936~2022)씨는 198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서예부문)에서 대상을 받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까지 지낸 서예가다.

2020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옹은 2004년부터 네이버 지식인에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활동을 중단한 2022년 11월까지 조옹이 단 답변 약 5만 3000여개에서 질문자에게 채택된 답변은 전체 답변의 70%가 넘는다. 고인은 네이버가 답변수와 답변채택률에 따라 부여하는 등급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이었다. 조옹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 네이버 파워지식IN상을 받았다.

고인이 ‘지식인 스타’로 불린 건 단지 답변 건수나 등급 때문만은 아니었다. 조옹은 본업인 치과 관련 지식과 국민학교 입학 전에 한자 4000자를 외우며 기른 한문 실력 등 풍부한 교양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고인 특유의 여유와 위트, 평생 체득한 인생의 지혜까지 함께 어우러져 네티즌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고인은 고령의 몸을 이끌고 네티즌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했다. 시력이 크게 손상된 탓에 두 개의 돋보기를 겹쳐 보며 ‘독수리타법’으로 답변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보드 앞엔 수건으로 직접 제작한 손목보호대를 놓고 사용했다. 안방 침대 바로 옆에 컴퓨터를 놓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답변을 달았다.

고인이 어려움을 겪을 때 팬들이 응원하며 그를 도왔다. 2018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옹이 건강 문제로 2017년 2월과 2018년 10월 활동 중단을 선언하자 이에 아쉬워한 팬들은 그의 복귀를 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내 조옹은 키보드 앞에 다시 앉았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조옹의 팬들은 고인의 부인 권오실씨가 요양원에 입원한 이후 혼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식에 반찬과 간식을 보내며 응원했다.

그는 생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답을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공부해서라도 답변한다고 했다. 조옹은 인터뷰에서 “이 나이가 돼도 모르는 건 알고 싶다. 내 공부하려고 사전도 찾아본다. 스스로 알아본 건 안 잊힌다. 이렇게 지식을 늘려왔다.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면 초등학생이어도 은인이다. 내 선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1985년 제7회 치과의료문화상, 1994년 제2회 서울치과의사회 공로대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30일 오전 6시 15분.
김기성 인턴기자·신진호 기자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