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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든 일터든 망치는 건 ‘멍부’… 나는 아닐 거야? 이미 ‘똥별’이다

전쟁터든 일터든 망치는 건 ‘멍부’… 나는 아닐 거야? 이미 ‘똥별’이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6-02 00:51
업데이트 2023-06-0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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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흑역사/권성욱 지음/교유서가/576쪽/2만 9800원

전쟁사 최악의 패장 열두 명 통해
출세욕 강한 성실성의 말로 조명
‘멍부에겐 어떤 책무도 주지 마라’
현대사회서도 통할 지침에 통쾌
완장 찼다면 이참에 셀프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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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쟁사 속 최악의 패전은 ‘멍부(멍청한데 부지런한)’ 장군이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패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버마 주둔 제15군 사령관 무다구치 렌야(왼쪽 두 번째)는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패했다. 교유서가 제공
세계 전쟁사 속 최악의 패전은 ‘멍부(멍청한데 부지런한)’ 장군이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패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버마 주둔 제15군 사령관 무다구치 렌야(왼쪽 두 번째)는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패했다.
교유서가 제공
다음 중 최고의 상사는 누구일까? 1.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2. 똑게(똑똑하고 게으름) 3. 멍부(멍청하면서 부지런함) 4. 멍게(멍청하면서 게으름). 답은 2번이다. 그렇다면 최악은? 3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사실 멍청하면서 부지런한데다가 고집까지 센 사람이 조직에 있다면 폐기처분밖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전쟁사 연구자인 저자는 ‘멍부’가 전쟁에서 어떤 처절한 실패를 겪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은 내용을 떠나 부제와 띠지만으로도 읽을 수밖에 없다. 일단 마케팅 측면에서 성공이라 하겠다. 점잖은 제목과 달리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라는 부제와 ‘근면하고 성실했던 장군들은 어떻게 똥별이 되었는가?’라는 띠지의 문구는 통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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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당시 품위 있는 행동으로 연합국 지도부 전체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최악의 패배를 가져온 프랑스군 총사령관 로베르 니벨(왼쪽 세 번째)은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패했다. 교유서가 제공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품위 있는 행동으로 연합국 지도부 전체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최악의 패배를 가져온 프랑스군 총사령관 로베르 니벨(왼쪽 세 번째)은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패했다.
교유서가 제공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 한국전쟁까지 약 80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전쟁 중 참혹한 패배로 부하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최악의 패장 12명을 골라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승패병가지상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장군들은 승리가 보장된 수준의 전투에서 고집과 어리석음으로 뼈저린 패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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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현리전투에서 제3군단장이었던 유재흥은 병사를 두고 전장을 떠나면서 수많은 한국군이 중국군 포로가 됐다. 교유서가 제공
한국전쟁 당시 현리전투에서 제3군단장이었던 유재흥은 병사를 두고 전장을 떠나면서 수많은 한국군이 중국군 포로가 됐다.
교유서가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다. 저자는 잔혹함의 대명사였던 일본군이 사실은 “‘똥군기’로 가득한 ‘막장 군대’로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 집단”이었으며 그들을 지휘한 장성들은 “능력은 없는 주제에 출세욕만 가득한 자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인물이 무다구치 렌야 중장이다.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군 최악의 졸전이자 지옥을 선사한 임팔작전을 이끈 사람이다. 일본 패망에 워낙 큰 역할을 해 ‘연합군의 스파이’, ‘조선 독립의 유공자’라는 우스개까지 있다고 한다. 육군유년학교, 사관학교, 육군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책임감이란 눈곱만큼도 없고 자리 욕심만 있어 늘 전장에 기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신문 1면에 등장하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도조 히데키 눈에 들어 출세를 거듭해 버마 주둔 제15군 사령관으로 임명됐지만 참패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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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세기 보불전쟁 당시 프랑스 나폴레옹 3세는 삼촌인 나폴레옹 같은 군신(軍神)을 꿈꿨지만 물려받은 것은 이름과 성욕뿐이며 멍청한데 부지런하기만 해 유럽 최강자의 자리를 놓고 벌인 전쟁에서 독일의 포로가 되기까지 했다.

다른 사례들도 마찬가지이다. 멍부는 조직과 국가를 망치는 해충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총사령관이었던 쿠르트 폰 하머슈타인 에쿠오르트 장군이 쓴 ‘부대 지휘 교본’을 인용하며 ‘멍부’들에 대한 관리법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람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함을 갖춘 자다. 그는 무엇을 하건 간에 조직에 해를 끼칠 뿐이므로 어떤 책무도 맡겨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실제 조직 속 ‘멍부’들은 승승장구하고 어쩌다 찬 완장을 자기 능력으로 착각하고 권리만 주장할 뿐 책임은 외면한다. 자, 이제 가슴에 손을 얹고 본인이 ‘멍부’가 아닌지 생각해보자. ‘나는 멍부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당신, 어쩌면 좀먹는 ‘멍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용하 기자
2023-06-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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