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터키 쿠데타·니스 폭탄테러 해외 대형 이슈까지 겹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성주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징크스가 재연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순방 징크스란 박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해 외교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국내에서 대형 사건이 터져 외교적 성과를 가리는 일이 잦았던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에는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박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한 사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주민들을 달래러 15일 경북 성주에 내려간 황교안 국무총리가 6시간 30분 동안 사실상 억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져 여론의 이목을 온통 빨아들였다.
대통령 부재시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황 총리가 성난 주민들로부터 물병과 계란 세례를 맞고 장시간 오도가도 못한 것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심각한 국내 갈등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16일 ASEM 2일차 세션이 끝나자마자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내고 프랑스 니스 테러와 터키 쿠데타 시도 등의 국제사회 안보위기를 언급한 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국내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자정을 촉구해야 했다.
순방 징크스가 시작된 것은 박 대통령의 집권 후 첫 외국행이었던 2013년 5월 미국 방문이었다.
박 대통령 방미 일정을 수행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을 돕던 인턴을 상대로 성추행 추문을 일으켜 전격 경질되면서 첫 순방부터 성과는 묻히고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고 말았다.
같은 해 6월 중국 방문 직전에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남북정상회의록을 공개해 국민의 관심을 대통령 외교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이어 9월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 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잇따랐다.
2014년 6월 중앙아시아 순방도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과 이에 따른 후보자직 사퇴로 별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같은 해 10월 10차 ASEM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발언’ 논란이 불거져 정국이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이어 지난해 3월 중동 순방 기간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곧바로 다음달 중남미 순방 때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받던 이완구 당시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던 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해 현지에서 애도사를 전한 바 있다.
직접 결정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올해 5∼6월 아프리카 3개국·프랑스 순방 기간에 국회 상임위 차원의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원격으로 행사, 정국에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번 몽골 순방 기간에는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와 터키의 군부 쿠데타 시도까지 잇따라 일어나 해외 대형 이슈까지 여론의 관심을 빨아들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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