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서 새누리 의원들에 ‘쓴소리’
난파 직전의 새누리호(號)를 이끌 새로운 선장인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취임하자 마자 ‘채찍’부터 들었다.가뜩이나 국정파탄의 1차 책임을 추궁당하는 상황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친박(친박근혜)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서 ‘혁명적 변화’가 없는 한 재건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 대표 자격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세 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당 소속 국회의원이 여기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고 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게 마땅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한데, 국회의원이라고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을 국민이 뭐라 말할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의원 배지를 당에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인 위원장은 “연말연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다닐텐데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국민을 찾아뵙고 다른 얘기는 하지 말고 사죄 말씀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꾸지람하면 들어라”라고 말했다.
또 “연말연시뿐 아니라 일년 내내 국민이 용서할 때까지 계속해 달라”며 “일주일에 몇 시간만이라도 봉사활동을 해달라”고도 부탁했다.
이밖에 그는 “평상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연말연시에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다해야 한다”면서 “가뜩이나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판에 자기 소신이 있다고 해도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당에 해를 끼치는 말이라면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소신이 있으면 나가서 하든지, 혼자 하든지, 당을 떠나라”면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 사태 등에 대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일부 친박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인 위원장은 이른바 ‘친박 핵심’에 대한 인적청산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비대위가 본격 가동되면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정책 부문과 관련, 민생 관련 개혁 입법에 대해서는 1월 임시국회에서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특별히 촛불민심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당이 앞장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그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이 요구하는 비박계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에 대해서는 “자리는 자리대로 누리고, 신념은 신념대로 하겠다면 국민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하지 않은 데 대해 “처음에는 빨리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 형식적으로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준비를 다 하고 나서 구성해도 늦지 않는 만큼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