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새 당명에 보수 상징어 포기… 김태흠 “가치 측면서 후퇴”

통합당, 새 당명에 보수 상징어 포기… 김태흠 “가치 측면서 후퇴”

입력 2020-08-31 20:56
수정 2020-09-0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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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명 개정 시작부터 삐걱

김종인 “이제 이념은 존재하지 않는 시대
위기의 당, 변화 통해 새 기회 창출하겠다”


“보수정당 정체성 잃을라” 영남 의원 반발
“좌파시민단체가 썼던 명칭 선택해 부적절”


‘기본소득·의원 4연임 금지’ 정강에도 반대
오늘 상임전국위 전 온라인의총 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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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미래통합당 김종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31일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낙점했다.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자유한국당에서 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당명 개정은 시작부터 삐걱거린 모습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변화를 통해 위기에 당면한 우리 당이 새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 것”이라고 당명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국민들이 당명 공모를 통해 보내 주신 1만 6941건을 주요 키워드 중심으로 면밀하게 검토해 최종안으로 국민의힘을 선정했다”며 “특정 세력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결집해 새 미래를 여는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 당명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당명은 1일 상임전국위원회와 2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확정된다.

통합당이 보수의 가치를 상징하는 ‘자유’, ‘한국’, ‘공화’ 등을 포기하고 국민의힘을 낙점한 건 이념을 벗어나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사실 이념이라고 하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이념적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지 않으면 당의 존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현실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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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왼쪽) 홍보본부장과 김은혜 대변인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새 당명 ‘국민의힘’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수민(왼쪽) 홍보본부장과 김은혜 대변인이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새 당명 ‘국민의힘’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하지만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나타낼 만한 단어가 당명에서 사라진 만큼 일부 의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3선인 김태흠 의원은 “당명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 이념,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가치적 측면에서 현재 ‘미래통합당’ 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중도를 의식한 행동만 계속하면 그동안 지켜온 보수의 정체성까지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03년 같은 이름의 정치단체를 세웠다는 사실을 꺼내 불만을 터뜨렸다. 한 3선 의원은 “국민을 중시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좌파시민단체가 썼던 이름을 당명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민의힘이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유감이고 불쾌하다”며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새 정강정책에 포함되는 기본소득,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등을 놓고는 거센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본소득 도입을 제일 앞에 넣는 것이 맞느냐 이런 지적이 있었고, 4선 연임 금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통합당은 1일 상임전국위를 열기 전 총의를 모으기 위한 온라인 의총을 한 차례 더 실시하기로 했다.

통합당의 새 당명에 ‘국민’이 들어가며 국민의당과 합당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일단 양당 모두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그런 논리라면 ‘국민’이 들어간 모든 당이 합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20-09-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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