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와의 ‘닮은꼴’ 부각하며 ‘핵실험=대미 승리’ 강조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닮은 점을 새삼스럽게 부각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정치 무대에 공식 데뷔한 이래 여전히 주민들의 신망을 받는 할아버지를 줄곧 흉내 내며 정권의 정통성과 3대 세습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지난 16일 자 2면에 핵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1953년 정전협정 문건을 비준하는 김일성 주석의 사진과 관련 기사를 실었다.
통일신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서명 모습을 본 “사람들의 뇌리에 불현듯 떠올려지는 역사의 화폭이 있었다”며 그것은 “1953년 7월 미국의 내리막길을 선언하는 역사적인 조선 정전협정 문건을 검토하고 비준하던 김일성 주석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통일신보는 이어 “미국이 바친 항복서를 놓고 호탕한 웃음을 짓던 강철의 영장”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옆과 뒷머리카락을 짧게 깎은 ‘패기 머리’를 똑같이 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시도했다.
통일신보는 이번 핵실험을 통해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날강도 미국에 또다시 쓰디쓴 맛”을 보여줬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을 “미국을 파멸의 깊숙한 함정에 밀어 넣으며 자주와 정의의 새 세계를 펼친 장군”이라고 추켜세웠다.
북한 매체가 이처럼 김일성 주석의 생전 모습과 활동을 김정은 제1위원장과 비교하며 ‘닮은꼴’을 강조하는 데에는 할아버지의 ‘후광’을 활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지난 6일 수소탄 실험을 한 이후 이 같은 사진과 기사를 내보낸 것은 이번 핵실험이 50여 년 전처럼 ‘적대국’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6·25전쟁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전쟁이라면서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전승절’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8일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 같은 ‘핵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의 권위를 빌어 ‘버금가는 지도자’라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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