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모임 양성화…정부차원 보호를”

“유가족 모임 양성화…정부차원 보호를”

입력 2012-04-19 00:00
수정 2012-04-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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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살 유가족에 대한 무관심이 자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자살 대책도 예방에만 치중한 나머지 자살 유가족 문제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의 고통을 유가족들에게 전적으로 떠안기는 현재의 허술한 대책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자살자 가족에게 공동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첫 번째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게 바로 가족들이다. 이런 유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자살의 여파도 견디기 힘든데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냉소까지 보태지면 고통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표 교수는 “죄책감이 커지면 자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가 생성돼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진다.”면서 “자살자 유가족 모임을 양성화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저소득자 등을 배려하듯 복지 차원에서 자살 유가족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은 개인 문제이지만 유가족 피해는 사회적 문제”라면서 “따라서 자살 유가족 보호를 위해 사회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기 탓이 아닌데 자기 탓으로 여기는 게 유가족이 받는 고통의 핵심”이라면서 “불필요한 죄책감에 얽매여 삶에 공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교수는 “자살자 유가족 보호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거나 생명의전화 등에서 운영하는 자조그룹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살 유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알코올 클리닉처럼 자살 유가족을 위한 클리닉 시스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범죄 피해자 지원 정책에 자살자 가족을 포함시키는 곳이 적지 않다.

조희선·이영준기자

hsncho@seoul.co.kr

2012-04-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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