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20대女 영아매수사건 “선의로 데려왔다” 결론

논산 20대女 영아매수사건 “선의로 데려왔다” 결론

입력 2016-01-12 13:19
수정 2016-01-12 13: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린시절 상처가 집착으로”…20대女 구속·생모 4명도 입건

인터넷에서 만난 미혼모들에게 아기를 매수한 20대 여성은 동정심에 아기를 키우고 싶어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 데려왔다”는 그는 주장은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지만, 아이를 건네는 과정에 금품이 오가는 등 실정법을 위반해 아이를 넘긴 생모들과 함께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아기거래’ 인터넷서 간단히…1년 만에 6명 데려와

12일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아기들을 데려오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발견하면, 작성자에게 “아이를 키우고 싶다”며 쪽지를 보냈다.

몇 번의 연락이 오가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주로 생모가 사는 지역의 주택가 골목이나 병원 근처였다.

2014년 3월부터 1년 동안 부산, 구미, 대구, 대전, 인천, 평택 등 6곳에서 생모 6명을 만나 갓 태어난 아기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금품 요구는 생모들이 먼저 했다. 아이를 넘기는 대가로 오간 돈은 40만∼150만원으로 조사됐다.

돈은 병원비나 위로금 명목이었고, 현금거래나 계좌이체로 돈이 오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데려온 아기 중 3명은 A씨 자신이 직접 키웠고, 1명은 고모(47)에게 넘겨 키우도록 했다. 나머지 2명은 생모나 아이를 넘긴 이에게 다시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아기 거래가 지금도 성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와 고모가 키우던 아기 4명은 현재 보호기관에서 맡고 있다.

◇ “어린시절 상처가 아기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미혼에 형편까지 넉넉지 않은 A씨가 3명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도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수상하다”는 주민의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식선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 때문에 A씨가 아기를 데려온 목적이 추가 범죄나 입양 브로커 등이 아니냐는 등의 추측이 나왔다.

경찰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단순히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그랬다”는 A씨의 주장이 진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심리분석 결과 어린시절 어머니를 병으로 일찍 여의어 모성애를 경험하지 못한 탓에 영아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엄마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받았고, 이때의 상처가 버려진 아이에 대한 동정심과 모성애를 키웠다.

텔레비전에서 엄마 없는 아이들에 대한 사연을 접한 A씨는 이들과 자신의 어린시절을 동일시했다.

엄마에 대한 상실감을 아이에게 투영, 인터넷에서 미혼모에게 접근해 돈까지 주고 아기를 데려와 키우는 데까지 이르렀다.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아이들을 계속 키운 것도 “아이를 좋아해서 키우고 싶어서 데려왔다”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아이들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고,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아이 데려온 20대女·생모들 함께 경찰 수사

A씨는 선의로 아기를 데려왔다고 하지만 경찰 수사 및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식으로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은데다 아기를 두고 돈까지 오갔기 때문이다.

아기들을 제대로 보호·감독하고, 의식주를 포함한 치료·교육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접종, 영유아 검진 등 영아에 대한 기본적인 치료가 이뤄졌는지 방임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과거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가 도주했던 것을 고려,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아기를 넘긴 생모들도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4명을 추적, 이들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10대를 포함한 미혼모 3명과 기혼자 1명 등 4명이다.

이들은 경제적 여건이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영아를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또 A씨가 부산에서 거래했다가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아기의 소재를 파악했다.

생모가 아닌 제3자가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생모가 제3자에게 아기를 준 다음, 제3자가 A씨에게 또다시 아기를 넘긴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A씨가 아기들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거짓 보증을 선 남동생(21), 사촌(21·여)과 고모도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죄 의도가 없었던 점 등 정상을 참작할지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3일 A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