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이뤄져야”
막바지에 다다른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파행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부터 6일까지 사흘 연속 8차, 9차, 10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논의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6천30원, 월급으로는 126만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7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6천30원으로 동결할 것을 주장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8차 전원회의부터 최저임금 인상 수정안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6일 10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날 전원회의를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리는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노총 김동만 위원장과 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모두 참석한다. 최저임금 막판 협상을 앞두고 양대 노총의 수장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대 결심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이 전원 동반 사퇴하는 방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이뤄진다. 최저임금 협상 도중 근로자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양대 노총이 이처럼 ‘초강수’를 두는 것은 최저임금 막판 협상을 앞두고 그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지만, 노동계의 올해 실제 목표는 ‘두자릿수 인상’이었다.
2010년 이후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2.75%(2010년),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 8.1%(2016년)이다.
6년 연속 인상률이 높아진 만큼 올해는 10%에 달하는 두자릿수 인상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노동계의 기대였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4월 총선에서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20대 국회에 대거 진출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형 악재가 최저임금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바로 조선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로 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다.
조선업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일자리 유지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시는 고용 사정이 어려운 지역이나 업종의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서신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냈다.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글로벌 악재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저임금 인상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사실 지난해 10%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을 들고 나온 영향이 컸다”며 “이러한 정부의 지원 사격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노동계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기필코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한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경제가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고 하지만,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 저소득층 노동자의 소득 기반이 확충돼 내수 부양과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고용부 장관 고시일(8월5일)의 20일 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의결을 위해선 최저임금위원회 전체 위원의 과반 투표에 참여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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