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동성애자, 생면부지 노숙자들을 집에 초대해 살해한 까닭은

여장 동성애자, 생면부지 노숙자들을 집에 초대해 살해한 까닭은

입력 2016-07-04 15:45
수정 2016-07-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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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남성인 김모(66)씨는 10대 이후 평생을 여성행세를 하며 살아왔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새벽 부산 동구 자신의 단칸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인근 부산역으로 걸어갔다.

키 150㎝, 몸무게 45㎏ 정도의 왜소한 체격인 김씨는 동성애자였다.

평소 치마 등 여성 옷을 즐겨입는 데다 어깨까지 닿는 긴 생머리의 소유자인 김씨는 주변에서 다들 여성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김씨는 이날 부산역에서 처음 만난 노숙자 박모(53)씨, 이모(45)씨와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집에서 한잔 더 하자고 유혹했다.

김씨를 여성으로 생각한 박씨 등은 남은 술을 들고 택시를 타고 김씨 집으로 왔다.

김씨가 부엌에서 안주를 만드는 사이 사달이 났다.

박씨와 이씨가 서로 먼저 김씨와 성관계를 하겠다고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둘은 서로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해대며 다툼을 벌였다.

보다 못한 김씨가 떨어지라고 했지만 둘은 막무가내였다.

김씨는 부엌에서 집어든 칼을 든 채 둘을 말리는 과정에서 박씨의 목과 가슴 부위를 27차례나 찔렀다.

박씨가 쓰러지자 김씨는 이씨도 넘어뜨린 뒤 스카프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범행 후 곧바로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경남의 한 정신병원에 자진 입원했다.

이 병원은 김씨가 2006년 이후 9차례나 알코올 중독 증세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곳이었다.

김씨는 이후 두차례나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동생이 찾아오더라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당부를 남겼다.

김씨의 범행은 단칸방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집주인의 신고로 들통이 났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 등을 분석해 3일 밤 경남 정신병원에 있던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경찰에서 “(박씨 등이) 나한테 욕설하고 말을 안들어서 화가 나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08년 10월에도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남성(당시 45세)을 자신의 방으로 유인해 성관계한 뒤 목 졸라 살해해 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지난해 6월 출소했다.

김씨는 당시 자갈치시장에서 노점상을 할 때 이 남성이 자신을 괴롭힌 것이 생각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14살 때 부모를 여읜 김씨는 형제자매와도 뿔뿔이 흩어져 혼자 살아왔다.

이후 서커스단에 들어가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외줄을 타며 여장한 것이 여성행세를 하기 시작한 동기가 됐다.

22세 때 서커스단에서 나온 김씨는 고무줄, 엿 등을 파는 노점상, 여인숙 종업원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여자 행세를 하면서 동성애자가 됐다.

1980년대 초반에는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선량한 시민의 불법 감금,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암매장, 성폭행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1년간 생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체격은 왜소하지만 서커스단에서 배운 외줄타기 등으로 손힘(악력)이 세고 피해자들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상태여서 범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4일 살인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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