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는 것도 어려워”…기본권 보장 못 받는 장애인들

“TV 보는 것도 어려워”…기본권 보장 못 받는 장애인들

입력 2016-07-17 10:43
수정 2016-07-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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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추구권·선거권·이동권 제한…“헌법 뒷받침할 법률·제도 개선 필요”

청각 장애인 A씨는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남들처럼 웃지 못한다. 수화 방송이 없어 출연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다.

A씨처럼 귀가 들리지 않거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헌절인 17일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된 지 68년이 된 날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다.

헌법에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됐지만, 여전히 TV 시청이라는 사소한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는 필수지정사업자(지상파, 위성, 보도·종합편성 채널 사용자)의 수화 방송 편성 비율을 5%, 화면해설 방송 비율을 10%로 규정한다.

장애인들은 이러한 장애인 방송 서비스 비율이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며 행복은 물론 정보 접근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심지어 시민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올해 4·13 총선 때 시각장애인 B씨는 점자 선거공보물을 받고 크게 실망했다.

B씨는 “장애인 관련 정책만 간단히 적혀 있을 뿐 주요 현안에 관한 자세한 공약은 적혀 있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선거공보물이 일반공보물보다 내용이 부실한 것은 현행 공직선거법의 ‘점자 선거공보물 매수 제한’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담으려면 점자 인쇄물은 일반 인쇄물보다 3배 정도의 분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점자 선거 공보 매수를 일반 선거 공보 매수 이내로만 제작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는 2014년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헌재는 선거 공보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TV 등을 통해 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점자 선거 공보 제작이 후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헌법에 명시된 거주 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의 이동권 보장도 장애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권리로 지적된다.

지체장애인 C씨는 버스를 타고 외출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서울 시내 저상버스는 전체 시내버스의 36%에 불과하다. 특히 시외버스는 휠체어를 타고 탑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애인권익연구소 이정민 변호사는 “헌법이 문제가 있어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며 “헌법의 기본권 보장을 뒷받침할 제도, 법률,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 인식을 개선하고 법률을 개정해, 장애인들도 일반인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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