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의정부서 유사 사고…유족과 합의해 실형 면해
영동고속도로 평창 봉평 터널 입구에서 5중 연쇄 추돌로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 인터넷 일각에서는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사고를 낸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과연 살인죄로 처벌받게 될까?
이번 사고의 원인은 조사중이라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피해 규모와 사고 정황 면에서 3년 전 경기도 의정부에서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2013년 9월 12일 오후 7시 15분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방향 사패산 터널 출구에서 9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
당시 퇴근시간대 차량 정체로 길게 늘어선 차들이 가다서기를 반복하던 중 공항버스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쏘나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공항버스가 쏘나타에 올라탄 채 그대로 직진했고 이 충격으로 앞서 있던 차량 7대도 연쇄 추돌했다.
공항버스와 쏘나타는 순식간에 불이 났고 앞차로 옮아 붙어 총 6대가 불에 타는 등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운전자와 동승자, 승객들은 재빨리 대피해 큰 화를 면했지만 버스에 깔린 쏘나타에 타고 있던 남녀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남녀는 유모(당시 55)씨 부부로 신원이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고를 낸 공항버스 운전기사 김모(당시 56세)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갑지가 눈에 들어와 급제동했으나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김씨가 전방 주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보고 입건했고 김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2014년 5월 27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김씨에 대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이 판결은 김씨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하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은 피고인에게 부정적인 정상이다”며 “그러나 피해자 측과 합의로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판시했다.
김씨에게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됐다. 이 조항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금고형은 당사자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점에서 징역형과 유사하지만, 교도소에 감금만 하고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범죄에 고의가 없을 때 주로 적용된다.
더욱이 김씨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돼 사고 결과를 고려하면 “약한 처벌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으나 유족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가 반영됐다.
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사고로 41명의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운전기사 방모(57)씨는 경찰에서 “앞서 가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이 이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것에 해당해 방씨 역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뒤 검찰의 추가 수사를 거쳐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방씨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의정부 사패산터널 인근 9중 추돌사고처럼 피해자 유족과 합의 여부가 양형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방씨 등을 상대로 졸음운전이나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 등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씨는 앞서 지난 17일 오후 5시 54분께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봉평터널 입구에서 2차로로 관광버스를 몰다가 1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던 중 앞서 정차 중이던 K5승용차를 들이받았고 이 충격으로 앞선 승용차 3대도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K5에 타고 있던 이모(21·여)씨 등 20대 여성 4명이 숨지고 버스 승객과 다른 승용차 탑승자 등 37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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