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여학생 3명이 같은 반 친구에게 따돌림 폭력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에게 풀, 소금, 지우개 따위를 먹으라며 억지로 입에 넣는 등 학교폭력을 가한 사실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피해 학생은 학교폭력 충격으로 자해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가해자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학급교체’ 처분에 그쳐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이 앞으로도 계속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5일 경기 시흥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A초등학교는 지난 18일 6학년 여학생 B양 등 3명이 같은 반 C양을 따돌린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학폭위를 열었다.
학폭위 논의 결과 가해 학생 B양 등은 지난 5월 학교 인근에서 진행된 체험학습 도중 C양의 눈을 가리고 입을 벌리게 한 뒤 풀과 소금, 꽃 등을 입에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로 돌아와 지우개와 종이도 입에 넣었다. 피해자 측은 이런 행위가 17차례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들어선 C양의 치마를 억지로 들춰 속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체육 시간엔 “C만 빼고 모두 모여”라고 외쳐 공공연하게 따돌리는 등 C양에 대한 학교폭력은 두 달 넘게 이어졌다.
학폭위는 이 같은 피해 내용을 포함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주장한 10여 가지 폭력 사안 중 7가지만 선별해 징계 수위를 정했다.
피해 학생 측은 가해 학생들이 부적절한 성적 언행을 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화장실 세면대로 데려가 강제로 얼굴에 물을 뿌리는 등의 폭력도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학폭위는 가·피해 학생 간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징계처분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B양 등 3명에게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이수 5시간, 학급 교체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해 학부모는 ‘학교폭력으로 피해자는 자살 충동을 느끼며 자해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보았는데도 학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같은 학교건물에 두는 처분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가해·피해 학생 간 진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폭력대책위에서 다루지 않은 학교폭력 사안은 경찰에 신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같은 사연은 피해 학부모가 교육 관련 온라인 카페와 경기도교육청 게시판 등에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제 아이가 죽어야, 학교에서 가해 아이를 제대로 벌할까요?’라는 제목의 긴 글은 온라인 카페에 게재된 지 나흘 만에 6천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200건에 달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글에는 학교폭력 정황과 학교폭력대책위 결과, 정신과 진료기록, 피해 학생의 자해흔, 피해 학생의 심정이 담긴 글 등이 함께 수록됐다.
피해 학부모는 이 글에서 “언어폭력의 표현을 완화해 기록하는 등 가해자에게 맞춰진 불공평한 학폭위였다”며 “학폭위 위원이 아닌 ‘간사’가 논의과정에 개입해 피해 가족의 발언을 제지하고 인상 쓰고, 짜증 섞인 한숨만 내쉬었다”고 학폭위 운영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또 “학급교체로 가해 학생들은 분리됐지만, 우리 아이는 운동장, 학교 정문만 들어서도 가슴이 답답하고 아이들이 생각난다며 자해 충동이 일어 등교를 거부한 상태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문제가 커지자 ‘피해 학생은 원래 예중 입시, 학업 스트레스로 상담실에서 지속적으로 상담한 학생’이라며 마치 우리 아이가 원래 문제가 있던 아이처럼 소문이 돌았다”며 “설령 그렇다 해도 학교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시흥교육지원청은 “피해 학부모가 학폭위 구성에 불법성이 있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잡겠다”고 설명했다.
A초등학교 측은 “학폭위는 과반이 학부모들로 구성돼 있어 징계처분 결과는 학교의 입장이라기보다 학부모들의 의견”이라며 “피해 학생의 심리치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