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강제노역·학대 ‘축사노예’ 배상금 1억6천만원 확정

19년 강제노역·학대 ‘축사노예’ 배상금 1억6천만원 확정

입력 2016-12-29 09:49
수정 2016-12-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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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 청구액·가해 농장주 제시액 중간으로 강제 조정

청주 ‘축사노예’ 사건의 피해자인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가 가해 농장주로부터 1억6천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9일 청주지법과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에 따르면 고씨가 농장주 김모(68)씨 부부를 상대로 낸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배상액을 강제 조정했다.

청주지법 민사2단독 이현우 판사는 지난 5일 김씨 부부에 대해 고씨에게 밀린 임금 및 물리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1억6천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강제 조정은 법원이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임의로 합의금을 정해 조정으로 갈음하는 절차다. 양측이 결정문을 송달받고 2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고씨 측과 김씨 부부 측 모두 이런 법원의 강제 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소송은 김씨 부부가 고씨에게 1억6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애초 고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임금 8천여만원과 위자료 1억3천여만원을 합쳐 2억1천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임금 부분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다.

고씨는 1997년 7월부터 19년간 청주시 오창읍 김씨 부부의 농장에서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했다.

이 기간 고씨가 받지 못한 품삯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억8천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임금 채권 소멸시효가 3년에 불과해, 8천여만원 밖에 청구하지 못했다. 이 금액도 그나마 법률구조공단이 청구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잡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고씨 측 청구액과 김씨 부부가 지급 가능하다고 밝힌 금액의 중간선에서 합의금을 강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강제 조정액이 고씨가 받지 못한 임금 총액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애초 법적으로 인정된 금액 이상을 청구한 만큼 고씨 측이 수용할 만한 결과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김씨 부부는 3개월 이내에 합의금을 고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김씨 부부의 재산에 대해 합의금만큼 압류 절차가 진행된다.

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 관계자는 “배상 액수를 놓고 이견이 컸지만 형사재판을 받는 김씨 부부가 합의를 서둘러 끝내고 선처를 요구하려는 의도에서 이의 없이 강제 조정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 부부의 재산 정도를 고려할 때 합의금은 예정대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 부부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그는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는 경찰에 발견돼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했다.

김씨는 지난 8월 25일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의 부인 오모(62)씨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해 구속기소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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