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뇌부 줄소환·강제수사 임박…‘대통령 독대’ 청탁·대가성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특별검사팀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청와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 삼성그룹 등을 잇는 의혹의 핵심 고리들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하면서 비리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특검 수사는 삼성그룹 수뇌부 조사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게 된 과정에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작용한 의혹은 이미 상당 부분 규명한 상태다.
특검팀은 29일 오후 최 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의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특검 측은 김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김 사장은 작년 10월∼올해 3월 삼성전자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8월 삼성전자가 최순실 씨의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지원한 것과 함께 최 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의 뇌물제공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특검팀은 김재열 사장을 시작으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줄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환 조사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 안팎에서는 사법처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3자 뇌물죄를 겨냥한 국민연금 압력 의혹도 상당 부분 규명한 상태다.
특검팀은 삼성 합병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28일 새벽 긴급체포한 데 이어 29일 오후 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전 장관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문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 시절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7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소환 조사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외압의 진원지를 추적하는 특검팀의 칼끝은 안 전 수석을 넘어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지만, 아직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제3자 뇌물수수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등을 전후한 청탁 가능성 등 여러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조만간 삼성그룹을 대상으로 강제수사나 핵심 인사 소환 및 신병 확보 검토 등을 통해 수사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점쳐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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