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위증과의 전쟁’ 선포…문형표 ‘시범 케이스’

특검 ‘위증과의 전쟁’ 선포…문형표 ‘시범 케이스’

입력 2016-12-29 16:38
수정 2016-12-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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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선도 위증 처벌 예고…최경희 등 이대 관계자 적용 가능성 주목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문회에서 거짓 진술을 한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검팀은 29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주된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외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수사 첫 단계부터 청문회 위증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단단히 묻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검이 전날 문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며 먼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이들을 고발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위증죄 처벌에 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특검팀은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주도한 혐의로 홍 전 본부장을 사법처리하면서 그에게도 위증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국정조사 특위에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모두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윗선’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특검팀이 제시한 각종 물증 앞에 무너져 결국 ‘자백’을 선택했다.

이제 관심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이 일었던 다른 인물들에게로 쏠린다.

최 전 총장을 비롯한 이대 측 증인들은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정유라(20)씨의 대입 특혜 관련 의혹들을 대부분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 15일 열린 청문회에서 “총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눈물을 닦으면서도 “학교에서 엄격한 진상조사를 했음에도 조직적으로 특혜를 준 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정유라 부정 입학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남궁곤 전 입학처장 역시 최 전 총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추궁 등에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은 당시 청문회 주요 상황을 직접 모니터링하면서 위증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을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15일 본격 수사 개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증인들이) 아주 뻔한 것을 위증하는 것 같다”며 “(진술) 태도를 보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진술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질타한 바 있다.

박 특검은 특히 정씨의 부정 입학 지시 여부를 두고 최경희 전 총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일제히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누가 정유라를 부정 입학시킨 것이냐”며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그렇게…”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특검 1호’ 구속영장 청구 대상인 문 전 장관에게 위증 혐의를 적용한 것이 위증 처벌 대상자들에 대한 경고를 넘어 향후 수사 대상들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무언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은 문 전 장관 조사 첫날 그가 다른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 압수수색 때 확보한 증거 자료 등 객관적 물증에 반하는 거짓말을 한다고 보고 긴급체포권을 발동하는 강수를 뒀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 전 장관이 사실대로 진술했다면 긴급체포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었을 수 있다”며 “특검이 확인한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주장을 거듭하면서 오히려 방어권이 더욱 제약되는 자충수를 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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