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집진기 분진 퍼내는 현대차 하청 직원들까만 분진 흡입… “작업하기 너무 힘들어”
마스크 교체 요구에도 답 없던 현대차
“일시적… 다시 3M 방진 마스크 지급”
勞측 “건강검진 원해도 폐활량 검사만”
민주노총 “친노동 부각 文정부 답해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분진으로 가득 찬 작업장에서 3M 방진 마스크를 쓰고 일을 끝낸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이 분진과 땀으로 얼룩져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전태일 5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온통 시커먼 분진을 뒤집어쓴 노동자의 얼굴 사진이었다. 함께 공유된 사진 중에는 까만 먼지로 자욱한 공장에서 사람들이 청소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등에 따르면 이들은 버스·트럭 등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하청업체 ‘마스터시스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분진이 나오는데 공장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집진기 등에 쌓인 분진을 퍼내야 한다. 3M 방진 마스크를 지급하던 회사는 얼마 전 품질이 좋지 않은 마스크로 바꿨다. 노동자들은 “분진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작업하기 너무 힘이 든다”며 교체를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 결국 집진기 관리 담당 12명을 포함해 40여명 조합원은 지난 9일부터 하루 7시간 50분 파업에 들어갔다.
하청업체가 이들에게 3M 방진 마스크 대신 품질이 떨어지는 마스크를 지급하자 노동자가 메신저로 “분진이 다 들어와 작업하기 너무 힘들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현대차 관계자는 “마스터시스템이 일시적으로 3M 방진 마스크가 아닌 다른 KSC 안전기준 1등급을 받은 마스크를 지급하다가 지난 10일부터 다시 3M 방진 마스크를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승훈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지회장은 “3M 방진 마스크를 써도 입과 코가 까맣게 변한다”면서 “회사 측에 건강검진을 요구해도 폐활량 검사만 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장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이 기본급 200만원뿐이며 현대차 공장에 상주하는 업체인데도 정규직 직원들이 타는 통근버스에 탈 수 없고 출입증도 발급해 주지 않아 매일 보안대 검색을 거쳐야 한다”며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차 측은 “회사 규정에 따라 모든 외주업체 근로자는 방문증으로 출입하고 통근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11-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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