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연구원도 당한다”…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박사 연구원도 당한다”…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0-11-13 19:30
수정 2020-1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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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대전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갑자기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모 금융기관이라며 “기존 대출을 갚으면 신용평점이 올라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A씨가 기존 대출을 상환하려 하자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며 또다른 사람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은 부당하게 신용평점을 올리는 행위로 적발됐으니 이 걸 해결하려면 금융감독원 계좌로 2000만원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적발이라는 말에 마음이 다급해진 A씨는 돈을 입금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4일 “보이스피싱은 회사원, 전문직 등 직업과 상관없이 모두 당한다”며 “피해자 중에는 국내 최고 과학 두뇌들이 모인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와 대처 홍보물.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카카오톡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와 대처 홍보물.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대전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14건이던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가 2017년 934건에 이어 2018년 1295건, 지난해 1434건으로 1000건을 훌쩍 넘겼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달까지 84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면서 “코로나가 창궐한 중국이 한국인을 추방하고, 한국인 스스로 중국을 떠나기도 해서 감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당수 보이스피싱은 한국인이 중국에 서버를 두고 저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범인 검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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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경찰청
대전지방경찰청
지난달 초 대전의 20대 여성 B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있다”며 검찰 공문서까지 카톡으로 보내왔다. 이어 “당신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지 알아봐야 하니 문화상품권을 구입해 핀번호를 찍어 카톡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B씨는 상품권 50만원 어치를 구입해 핀번호를 보낸 뒤에야 속은 걸 알았다. 범인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상품권, 기프트카드 등을 받아 챙겨 불법 업체에서 현금화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난 9월 초에는 50대 남성이 “아들을 납치했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가만히 안두겠다”고 협박하며 비명소리까지 들려주는 범인들에게 3000만원을 빼앗긴 일도 있었다. 돈은 대전의 한 도로에서 아르바이트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를 만나 챙겨갔다.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전화를 하면서 피해자의 특징을 파악한 뒤 협박하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구슬리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다급하게 만들어 ‘멘붕’에 빠트리는 수법을 쓴다. 한 피해자는 휴대전화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와 보이스피싱 같아서 꺼버렸는데 조금 후 사무실 일반전화로 걸려와 “왜 전화를 끊어”라고 해 겁을 먹고 꼼짝없이 당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면 전화를 끊고 다른 전화기로 해당 기관에 확인을 하거나 이도저도 안되면 무조건 112로 신고를 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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