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아닌데?”…집 주인도 몰랐던 불 발견한 소방관, 주민 구했다

“저희집 아닌데?”…집 주인도 몰랐던 불 발견한 소방관, 주민 구했다

이보희 기자
입력 2022-12-13 14:46
수정 2022-12-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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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하다 16층 베란다 불 발견
소방관인 아내와 주민 대피 시켜

채널A 뉴스 캡처
채널A 뉴스 캡처
비번이던 소방관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고층 에서 심야에 솟아오르는 연기를 목격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큰 불이 될 뻔한 위기를 막았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소방서 소속 이상윤(36) 소방교는 6일 0시 20분쯤 자택인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하다 우연히 16층 베란다 공간에 희미한 불꽃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했다.

화재를 직감한 이 소방교는 119에 신고하고 관리사무소에 대피방송을 요청한 뒤 뛰어올랐다.

연기가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16층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지만 집 주인은 불이 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여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방교가 보기에도 집안 내부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화재 진압 경험상 안방 베란다 안쪽서 불이 났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집주인에 안방 베란다와 방화문 건너편을 살펴봐달라고 당부한 뒤 17층과 18층으로 올라갔다. 불길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윗세대에 신속히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면서 집에 있던 아내 정소리(32)씨에게 연락해 밖으로 나가 불이 난 위치를 재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소방교의 아내 역시 소방관으로, 송파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소방교다.
비번이던 소방관 부부가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발견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큰 화재로 번지는 걸 막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대 소속 이상윤(36) 소방교와 현장대응단 정소리(32) 소방교. 2022.12.11. 이상윤 소방교 제공
비번이던 소방관 부부가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발견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큰 화재로 번지는 걸 막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대 소속 이상윤(36) 소방교와 현장대응단 정소리(32) 소방교. 2022.12.11. 이상윤 소방교 제공
이 소방교가 17, 18층 세대를 다 대피시키고 나서야 아파트 내부 비상벨이 울렸고 그는 16층으로 돌아갔다. 16층은 이미 안방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아수라장이었다.

이 소방교는 소화전으로 불이 커지는 것을 막으면서 집주인을 대피시켰고, 소방서와 재차 통화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금세 도착한 하남소방서와 함께 현장을 정리했다.

이 소방교가 16층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 소방교 역시 주민들이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한 이들 소방관 부부 덕분에 당시 불이 큰 피해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소방교는 “불이 났다고 느껴지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몸이 움직였다”며 “그 상황을 목격한 소방관이라면 다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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