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역 주민들에게 학교시설을 개방하는 서울 초·중·고교에 내년에 모두 9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시교육청이 60억원, 서울시가 30억원을 냅니다. 학교는 이 돈으로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하고 시설 유지·보수에도 사용합니다. 그러나 지원금을 받게 된 학교들의 표정은 정작 밝지 않습니다.
●90억 지원에도 학교들은 손사래
약간의 돈을 받고 주민들에게 교실이나 체육관, 운동장, 샤워시설, 창고, 수영장, 도서관 등 학교시설을 개방하도록 한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는 지난 9월 개정안이 나온 뒤로 줄곧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조례에 따라 신청하면 학교시설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학교시설 개방을 의무로 만들었습니다. 시교육청이 10월 18일 이화여고에서 설명회를 열었지만 학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울시의회가 12월 6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고, 지난 21일에는 학교의 반대에도 시의회 의결을 거쳐 개정안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개정안에는 학교의 요구가 다소나마 반영됐습니다. 1일 사용 시간 제한, 학교 내 흡연과 음주, 취사 행위 금지 등 사용 취소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이런 내용은 분명히 환영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반발이 심하자 시교육청과 시가 결국 90억원의 별도 예산을 내놓은 것인데, 학교는 이마저도 손사래를 칩니다. 한 학교는 일요일 조기축구회에 운동장을 빌려줬더니 학교 창고에 불법 창고를 덧대어 짓고, 축구용품 외에 소형 가스버너 등을 넣은 일이 적발돼 학교와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삼겹살에 소주 파티를 벌이고 오물을 제대로 치우지도 않은 채 돌아가 버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학교 직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고생했다고 합니다.
●구체적 관리·감독 대안 필요
이런 문제들이 이어지지만 시교육청은 그동안 제대로 나선 적이 없습니다. 조례가 강화되고 학교가 반발하자 지원금을 주면서 생색낸다는 게 학교들의 주장입니다.
생활체육과 문화, 여가를 즐기는 시민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보유한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도록 한 조례의 취지는 분명히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지원 예산을 늘리고 법을 강화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싶습니다. 시가 체육시설 확충에 앞장서고, 시교육청은 철저한 관리·감독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학교에서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원금을 줬으니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그건 행정이라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90억 지원에도 학교들은 손사래
약간의 돈을 받고 주민들에게 교실이나 체육관, 운동장, 샤워시설, 창고, 수영장, 도서관 등 학교시설을 개방하도록 한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는 지난 9월 개정안이 나온 뒤로 줄곧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조례에 따라 신청하면 학교시설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학교시설 개방을 의무로 만들었습니다. 시교육청이 10월 18일 이화여고에서 설명회를 열었지만 학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울시의회가 12월 6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고, 지난 21일에는 학교의 반대에도 시의회 의결을 거쳐 개정안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개정안에는 학교의 요구가 다소나마 반영됐습니다. 1일 사용 시간 제한, 학교 내 흡연과 음주, 취사 행위 금지 등 사용 취소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이런 내용은 분명히 환영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반발이 심하자 시교육청과 시가 결국 90억원의 별도 예산을 내놓은 것인데, 학교는 이마저도 손사래를 칩니다. 한 학교는 일요일 조기축구회에 운동장을 빌려줬더니 학교 창고에 불법 창고를 덧대어 짓고, 축구용품 외에 소형 가스버너 등을 넣은 일이 적발돼 학교와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삼겹살에 소주 파티를 벌이고 오물을 제대로 치우지도 않은 채 돌아가 버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학교 직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고생했다고 합니다.
●구체적 관리·감독 대안 필요
이런 문제들이 이어지지만 시교육청은 그동안 제대로 나선 적이 없습니다. 조례가 강화되고 학교가 반발하자 지원금을 주면서 생색낸다는 게 학교들의 주장입니다.
생활체육과 문화, 여가를 즐기는 시민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보유한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도록 한 조례의 취지는 분명히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지원 예산을 늘리고 법을 강화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싶습니다. 시가 체육시설 확충에 앞장서고, 시교육청은 철저한 관리·감독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학교에서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원금을 줬으니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그건 행정이라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2-29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