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받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4일 신 이사장에 대해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을 비롯한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들로부터 매장 관리에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면세점 입점과 매장 관리를 위해 로비에 나선 업체들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소유한 명품 수입·유통업체 B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신 이사장 측에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처리퍼블릭과 또 다른 화장품 업체, 요식업체 G사 등은 B사를 거쳐 금융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을 직접 주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 뒷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이사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사에서 회삿돈 4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세 딸을 2010년까지 B사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배당금이 아닌 급여 명목으로 B사의 돈을 챙겨 가도록 한 단서가 확보된 것이다.
신 이사장의 딸들은 급여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딸 외에 다른 직원 이름을 가짜로 기재해 놓고 신 이사장이 급여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도 파악됐다.
신 이사장의 아들 장씨가 B사로부터 수년간 급여 등 명목으로 받아간 100억여원은 이번에 청구한 구속영장 내 혐의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가 가져간 돈은 급여라고 볼 만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좀 더 검토를 해 보고 횡령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를 앞두고 B사는 회사 컴퓨터 전산 자료를 비롯한 주요 증거물들을 대거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자료 파기를 지시한 B사 대표 이모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구속수사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B사의 증거인멸 정황을 영장 내용에 포함시켰다.
신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면세점 입점업체들이 건넨 돈은 컨설팅 계약을 맺은 B사와의 문제이지 본인과 무관하며 B사에서 급여 명목으로 딸들에게 돈이 지급되는 과정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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