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정신질환자 범행’ 결론…치료감호·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검찰이 강남역 부근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증세가 악화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김모씨(34)가 1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 5. 19.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씨는 5월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서초동의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피해망상과 환청 등 증세를 보이는 조현병 환자인 김씨가 한동안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에서 증상이 점차 악화한 것이 범행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불안 증세가 시작됐다.
2003년 신학원에 입학한 뒤로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 남들이 쳐다본다’, ‘여자들이 내 얘기를 하고 흉보는 것 같다’는 등 신경과민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아왔다. 2009년 8월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에는 6차례 이상 입원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작년부터는 피해망상과 환청 증세를 겪었다.
김씨는 검찰에서 “여성들이 길에서 앞을 가로막아 지각을 했다”고 진술하거나 빌라 2층에 거주하면서도 3층이 아닌 4층에서 여성 발소리가 들리는 환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신질환이 심화했지만 김씨는 치료를 임의로 중단한 채 병원 발길을 끊었고, 이후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 없이 방치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 1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김씨는 약물 복용을 중단했고, 3월에는 집을 나와 서울 강남 일대의 빌딩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숙식하는 등 노숙 생활을 했다.
특히 사건 이틀 전인 5월15일에는 자신이 근무하던 음식점 근처 공터에서 한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신발에 맞아 분개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검찰은 이 일이 김씨의 범행을 유발한 직접적 계기였다고 보고 있다.
이틀 전 어떤 여성이 자신에게 피해를 준 일로 얻은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려고 다른 여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달 한 달가량 김씨를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감호소)에 유치해 정신상태 등 감정을 의뢰했다. 조현병 진단과 함께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로 추정돼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선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씨가 범행을 전후해 얻은 피해망상 때문에 여성에 대한 반감 내지 공격성을 띠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 편견이나 ‘여성이라면 무조건 싫다’는 식의 신념 체계가 있던 사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김씨 휴대전화에서 ‘여성혐오’와 관련된 검색어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여성 관련 자료와 성인물을 수차례 검색한 사실은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소개한 여성과 교제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조기에 정신질환을 치료받지 못한 상태였고, 휴대전화에는 어머니가 보낸 문자 메시지만 발견되는 등 사회적 관계가 거의 단절돼 증세가 점점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냉정한 태도를 보이며 반성과 죄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보여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향후 재판절차에서 피해자 진술권을 보장하고 김씨에게 엄정한 형이 선고되도록 철저히 공소유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8일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함께 유족에게 기소 전 유족 구조금 6천641만원 상당을 일시 지급하는 등 긴급 피해자 지원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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