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 인용
‘수능 출제오류’ 첫 법적 공방 마친 후
신동욱 양명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2.8 뉴스1
문제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입 일정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논란에도 정답 결정을 강행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9일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수험생들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본안 사건에서 뒤늦게 오류가 밝혀져 승소하더라도 이미 ‘2점’을 잃은 상태로 대입을 끝낸 수험생이 입은 손해는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 2014학년도 수능 때도 세계지리 과목 8번 문항의 출제 오류가 항소심에서 인정되면서 1년 후에야 구제 조치가 이뤄졌다. 재산정된 성적으로 재입학·편입 대상에 포함된 학생은 당시 오답 처리된 1만 8884명 중 629명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문제 오류 여부를 판단하는 본안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기한을 본안 사건 판결 선고 시까지로 정하고 신속하게 심리함으로써 (대입 일정에)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험생 사이에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평가원이 해당 문제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생명과학Ⅱ 과목을 응시한 홍모(18)군은 “앞선 물리학 과목 문제를 평소보다 잘 풀지 못해서 생명과학 과목이 더욱 긴장됐던 상황이었다”며 “앞선 문제들을 다 풀고 4~5개 문제가 남았을 때 맨 마지막 20번 문제가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이라 먼저 풀었는데 답이 이상하게 나와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인 손모(19)씨는 “마지막 20번 문제를 풀 때쯤 시간은 다 돼 가는데 문제 풀이한 결과값이 음수가 나와 많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오늘 법원 결정으로 성적표를 늦게 받는 것부터 손해”라고 밝혔다.
재수생인 정모(19)씨는 “모든 문제를 다 풀긴 했지만 20번 문제를 아무리 검산해도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3분 동안 붙잡고 있다가 문제를 넘겼는데 20번 문제가 자꾸 떠올라서 결과적으로 한 문제 더 틀렸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원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는 데에만 치중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저희에게 정말 중요한 시험인데 평가원이 문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생명과학Ⅱ 과목은 의과대학을 지원하려는 수험생이 많이 응시하는 과목”이라면서 “(본안 판결이) 어떤 결과로 나오든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성적 통지가 연기되면서 남은 입시 일정도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16일 마감하는 수시 합격자 발표가 불투명하다. 수시 대학 중 수능의 일정한 등급을 요하는 수능최저등급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다.
30일부터 시작하는 정시모집 원서접수까지 빠듯하다. 성적이 결정되지 않으면 대학별로 수능 점수를 변환해 사용하는 변환표준점수가 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정시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가급적 최대한 빨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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