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어머니 권유로 처음 골프 시작, 2012년 KLPGA 입회2015년 국내 첫 우승, 지난해 한국-올해 미국 무대 평정신인 첫 세계 1위에 이어 올해 LPGA 상금·올해의 선수까지 석권
‘슈퍼 루키’ 박성현(2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첫해에 L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세계 무대를 평정했다.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LPGA 투어 2017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한 박성현은 LPGA 투어에서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으로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부문을 휩쓰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미 지난달에 신인상 수상을 확정한 박성현은 이번 대회 결과로 상금과 올해의 선수 1위를 차지했고 평균 타수, CME 글로브 포인트 부문에서도 끝까지 선두 경쟁을 벌이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가 사상 최초로 달성한 올해의 선수, 상금, 신인, 평균 타수 등 4개 부문 석권에도 도전했으나 평균 타수 부문을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내준 것이 아쉬웠다. 특히 평균 타수 부문은 평소 박성현이 ‘꼭 받고 싶다’고 다짐했던 상이다.
박성현은 서울 유현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0년 어머니 권유로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이후 현일중, 현일고를 거쳐 한국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성현은 2012년 10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회, 2014년부터 1부 투어에서 활약했다.
KLPGA 투어 신인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박성현은 첫해에 24개 대회에 출전해 10번이나 컷 탈락하는 등 신인상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그러나 2015년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품에 안고 본격적인 ‘성공시대’를 열어젖힌 박성현은 그해 시즌 3승, 상금 2위에 올랐다.
2016년은 말 그대로 ‘박성현의 해’였다.
20개 대회에 출전해 7승을 쓸어담고 시즌 상금 13억 3천300만원을 벌어 KLPGA 투어 사상 한 시즌 상금 최다 액수 기록을 세웠다.
또 틈틈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상금 68만2천 달러를 획득, 2017년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LPGA 투어는 비회원 선수가 40위 이내 해당하는 상금을 벌었을 경우 다음 시즌 출전권을 부여하는데 박성현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런 방식을 통해 LPGA 투어에 진출한 것이다.
박성현의 2016시즌 상금 순위는 LPGA 투어 회원이었을 경우 20위권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미국 진출 방법도 그의 별명 ‘남달라’처럼 남다른 셈이었다.
미국 진출 당시에 이미 세계 랭킹 10위였던 박성현은 미국 진출 이전인 2016년 메이저 대회에서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 US여자오픈 3위, ANA 인스퍼레이션 6위 등의 성적을 내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슈퍼 루키’라는 별명과 함께 올해 LPGA 투어에 화려하게 등장한 박성현은 3월 HSBC 챔피언스에서 3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고, 투어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3, 4개월이면 충분했다.
올해 상반기에 볼빅 챔피언십 준우승과 3위 한 번, 4위 2회 등 정상권을 맴돌며 적응기를 거친 박성현은 하반기 첫 대회로 열린 7월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의 낭보를 전했다.
국내 투어에서처럼 첫 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한 박성현은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시즌 2승을 달성했고 10월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를 통해 신인상 수상을 확정한 박성현은 이달 초에는 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세계 랭킹 제도가 생긴 2006년 이후 LPGA 투어 신인이 1위에 오르기는 박성현이 처음이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신인으로서 믿기 어려운 수확을 첫해에 해낸 셈이지만 박성현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상금, 올해의 선수까지 주요 부문을 석권했고 펑산산(중국)에 잠시 내줬던 세계 1위 자리도 탈환 가능성을 부풀렸다.
팬들로부터 ‘닥공(공격적인 스타일을 부각한 별명)’이나 ‘남달라’와 같은 별명을 얻었던 박성현은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하면서 ‘슈퍼 루키’라는 별명이 붙었다.
LPGA 투어는 박성현의 이번 시즌 활약에 빗대어 그에게 ‘기록 파괴자(Record Breaker)’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줬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쩡야니(대만), 박인비(한국)로 이어진 ‘골프 여제’의 칭호도 이제 박성현에게 넘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게 됐다.
지난해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한 올해 곧바로 세계 정상의 자리까지 오른 박성현이 2018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할 것인지 ‘기록 파괴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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