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로 뛴다” 크로아티아 ‘축구강국’ 된 비결은

“110%로 뛴다” 크로아티아 ‘축구강국’ 된 비결은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12-13 15:04
수정 2022-12-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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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나는 발칸전쟁” CNN 분석
수비수 로브렌 “사이렌 울리던 시절 기억나”
스티마치 전 감독 “누구도 팀보다 크지 않아”

지난 9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브라질을 꺾은 후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2022.12.9 AFP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브라질을 꺾은 후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2022.12.9 AFP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후보 브라질을 꺾고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준결승전을 치르는 크로아티아. 약 400만명의 인구 규모를 보면 파나마, 모리타니, 조지아 등과 비슷한 소국이지만 월드컵 4강에만 3차례나 올랐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지 31년밖에 되지 않은 이 나라가 ‘축구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엔 “피비린내 나는 발칸전쟁”이 자리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CNN은 분석했다.

2012~2013년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을 지도했던 이고르 스티마치 감독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은 이웃나라의 침략 속에서, 생존과 독립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강한 정신력과 휼륭한 규율, 겸손함, 그리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남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브라질을 꺾은 후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2022.12.9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브라질을 꺾은 후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2022.12.9 로이터 연합뉴스
크로아티아 축구기자 스탄 파비야나치는 “브라질, 포르투갈, 독일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엔 그들에겐 정신(spirit)은 있지만 팀(team)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로아티아는 팀으로서 너무 강하다”고 자부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베테랑 수비수 데얀 로브렌(33·FC제니트)은 어린 시절 전쟁으로 피폐해진 보스니아에서 탈출했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 로브렌은 “사이렌이 울렸을 때를 기억한다. 폭발이나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너무 무서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로브렌은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지하실로 갔던 기억도 난다”며 “그후 어머니, 삼촌 부부와 함께 차를 타고 독일로 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강한 ‘국가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이것이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항상 국가대표팀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뛰는 이유다. 우리는 국가대표로 뛸 때 어떤 스포츠에서든 100% 이상, 110%로 뛴다”고 강조했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주장 루카 모드리치가 아르헨티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2022.12.12 로이터 연합뉴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주장 루카 모드리치가 아르헨티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2022.12.12 로이터 연합뉴스
크로아티아인들의 피 속에는 “축구가 흐른다”고 말한 로브렌은 “크로아티아의 모든 남자 아이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고, 걷는 법을 배운 다음 축구공을 가지고 축구를 한다”고도 했다.

1991년 독립한 크로아티아가 세계 축구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1996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대회에서 당시 스타플레이어들을 보유한 덴마크를 꺾고 8강에 올랐다.

2년 뒤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는 준결승까지 올라 결국 3위를 차지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크로아티아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을 넘보고 있다.

스티마치 감독은 “국가대표가 되면 모든 자존심(ego)은 사라져야 한다”며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탈의실에는 자존심을 위한 자리는 없다. 누구도 팀보다 크지 않으며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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