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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뉴스] 산불에도 개울가 뛰어들어 살아남은 고양이 이야기

[나우뉴스] 산불에도 개울가 뛰어들어 살아남은 고양이 이야기

입력 2022-03-21 15:23
업데이트 2022-03-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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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양봉장 아저씨의 보살핌을 받던 고양이였습니다. 형제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방울이는 아저씨가 정성껏 보살펴 간신히 살려냈었다고 합니다. 이후로 방울이는 양봉장 컨테이너와 양봉장을 오가며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아저씨는 “쥐를 잘 쫓아내준다”며 방울이의 기특한 점을 자랑했습니다. 굳이 꼭 쥐를 잡지 않더라도 고양이는 호르몬만으로도 쥐들을 쫓아내주곤 합니다. 그 역할은 양봉장에서 무척 중요했습니다. 여느 쥐잡이 고양이들은 목줄에 묶여 학대를 당하는데, 방울이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아저씨가 주는 사료를 먹고 사는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양봉장의 평화도 최근 울진에 난 산불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양봉장은 10구만 남기고 모두 전소됐고, 대부분의 벌들은 모두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난리가 난 와중에도 아저씨는 ‘우리 고양이’라며 방울이를 애타게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울에 몸을 담구고 있던 방울이를 발견했습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게 아프고

카라의 활동가들은 울진에 동물구호 활동을 하러 갔다가 방울이네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고양이가 많이 아픈데, 모든 재산을 다 날려서 고양이를 치료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저씨의 설명이었습니다.
방울이를 만났을 때, 방울이는 여전히 몸에 열감이 있었습니다. 화재 이후 나흘이 지났는데도요. 수염도 다 타고 온 몸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있었는데, 특히 심한 것은 발바닥 패드였습니다. 발바닥이 까맣게 다 타버린 것입니다.

병원으로 간 방울이는 발바닥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받았습니다. 온 몸에 불이 붙었던 것 치고는 다행히 컨디션은 양호한 편입니다. 앞으로 아저씨는 3일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순한 방울이는 저항 없이 치료를 잘 받고 아저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방울이의 몸이 다 나으면 중성화 수술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며칠 뒤에 다시 만난 방울이는 여전히 발바닥을 아파했지만, 처음 병원에 갔을 때보다 조금은 나아 보였습니다. 아저씨는 “뭘 잘 못 먹다가 오늘 캔을 두 개나 먹었다” “어젠 눈을 못 떴는데 오늘은 눈을 잘 떴다”고 방울이가 호전되고 있는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방울이는 여전히 아파 보였지만, 아저씨의 관심과 치료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방울아, 오래오래 건강해야 해
울진 산불 현장에서 1m 목줄에 묶여 산불을 피하지 못한 동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불길에 쫓겨 목줄을 풀어주지 못한 집이 있는가 하면, 옆집 염소를 물까봐 일부러 목줄을 풀어주지 않은 집도 있었습니다. 동물들을 죽인 것은 산불이 아니라 ‘시골개는 묶어 키워도 된다’는 무지와 동물에 대한 편견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만난 방울이와 양봉장 아저씨의 이야기는 어떤 희망을 보게 합니다. 방울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져 너무나 다행이고, 더 늦지 않게 치료 할 수 있는 것도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산불 피해로 모든 것을 잃었는데도 방울이를 ‘우리 고양이’라며 포기 않고 찾아다닌 아저씨가 있어 다행입니다. 방울이가 오래토록 행복하길,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방울이네 아저씨도 건재하시길 바랍니다.  

동물권 행동 카라 김나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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