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반대속 반도체 밀어붙인 호암은 뜻 굽히지 않은 모험가”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반대속 반도체 밀어붙인 호암은 뜻 굽히지 않은 모험가”

입력 2010-02-08 00:00
업데이트 2010-02-0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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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각규 前부총리가 본 호암

“삼성은 인재를 길러내는 기업이야. 세계적으로도 앞선 그런 기업을 키운 공은 전적으로 호암의 업적이지.”

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자택에서 만난 최각규(77) 전 부총리는 삼성과 호암에 대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최고 기업이고, 곧은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최 전 부총리는 “공채 1기로 삼성에 들어가 40대에 물산 사장을 지낸 손상모 전 사장, 호암의 비서팀을 이끌던 이필곤 전 부회장 등이 모두 호암의 인재들”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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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각규 前부총리
최각규 前부총리
●삼성은 인재 길러내는 기업

호암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최 전 부총리는 상공부 장관을 지냈다. 그만큼 최 전 부총리도 세계적 반도체 기업으로 큰 삼성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지녔다. 당시 44세의 젊은 장관에게 67세 기업인은 세운 뜻을 절대 굽히지 않는 모험가처럼 비쳐졌다고 했다.

최 전 부총리는 “남들이 모두 반도체를 하면 삼성 전체가 망한다고 반대를 했는데, 호암은 도대체 일본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따졌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일본 사람들도 웃으며 삼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결국 삼성이 자신들을 눌렀을 때 표정이 어떠했을지 볼만 했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최 전 부총리도 부천의 반도체공장에 가보았는데, 공장의 외관은 허름했지만 안에는 방진설비도 제법 갖췄다고 했다. 그런 작은 공장이 지금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최 전 부 총리는 상공부(현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삼성과 현대 사람들을 불러 “어떤 업종을 미래산업으로 키울 생각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삼성은 호암의 뜻을 전하며 전자 외에 자동차·석유화학을 꼽았고, 현대는 정유와 제철을 제시했다고 한다.

14년 후인 1991년 부총리 시절에 이건희 전 회장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겠다고 탄원서를 제출했을 때 작고한 호암을 떠올리며 반대가 많은 정부 안에서도 최 전 부총리 자신은 삼성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단다. 삼성은 건설장비 차량을 생산하는 회사(두산중공업의 전신)를 인수해서 착실히 준비를 했다.

“내가 무슨 수로 현대와 대우, 기아, 쌍용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건설장비 차량에 뚜껑만 바꾸면 화물차가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그 사람들 참 대단하다 싶었지.”

최 전 부총리는 “삼성차의 모델로 폴크스바겐을 염두에 두고 이미 기술도입 계약까지 마쳤다.”고 증언했다.

이어 “역사를 가정해선 안 되지만 만약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계속했다면 현대차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하면서 프랑스 업체 르노가 뛰어들 틈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업 사랑도 참 각별했다고 회고했다. 기업들이 공장 준공식을 하면 잊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장을 잘 키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기업활동 활발하려면 정치 안정돼야

박 대통령은 한국의 기업이 국가경제라고 여기고, 기업의 일을 마치 본인의 일처럼 걱정하고 또 뿌듯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최 전 부총리는 재벌정책에 대해 “마오쩌둥도 실패한 경제정책을 결국 덩샤오핑이 자유시장주의를 통해 되살리지 않았느냐.”면서 “기업활동이 활발하려면 우선 정치가 안정돼야 하고, 그 정권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제3공화국과 인도네시아 수하르트 정권을 성공과 실패의 사례로 비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10-0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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